[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불법적인 돈세탁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보고책임자와 준법감시인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저축은행, 지방은행 등을 중심으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준법감시인의 보고 역할을 분리할 경우 별도로 인력을 확충해야해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10명 안팎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금융사 상황을 고려해 대형 금융사와 분리해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의 자금세탁방지(AML) 기능 강화를 위한 내부통제 개선을 추진 중이다. 올 초 업무보고에도 보고책임자와 준법감시인을 별도로 지정하고, 자금세탁방지 관련 내부통제 적절성이 중점적으로 반영되도록 자금세탁방지 활동 평가기준 개선하는 안을 담았다.
준법감시인은 기업이 법규를 준수하는지, 내부통제 점검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만일 위반 사항이 발생할 시, 이를 이사회와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특히 금융사 중에 금융투자‧보험‧여신전문금융사는 자산 5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자산 7000억원 이상일 때 준법감시인을 임원으로 선임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당국은 준법감시인이 병행했던 보고책임 업무를 분리해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당국의 이번 방안을 두고 금융사들은 부담을 호소한다. 시중은행 준법감시인은 “보고책임자와 준법감시인을 별도지정하는 방안은 시기상조라고 본다”면서 “준법감시인의 업무 안에서 보고까지 일원화되는 것이 오히려 효율성 면에서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저축은행, 일부 지방은행, 상호금융권 등의 애로가 크다. 대형사의 경우 준법감시인과 보고책임자를 별도로 둬야할 만큼 거래 자체도 많고, 인력 풀(pool)도 여유있지만 소형 금융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소형 저축은행이나 단위조합들은 10명 안팎의 인력으로 살림을 꾸리는 경우가 많지 않냐”며 “임원급이 아니더라도 준법감시인 업무를 하는 인력 자체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사람들인데 추가로 보고책임자를 뽑는 것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논의는 계속 하고 있는데, 아직 결론을 확실하게 내지 않았다”며 “자금세탁방지 문제는 금융권 뿐 아니라 카지노 등 최대 9000개 이상 사업장들까지 연계된 문제인 만큼 전반적인 의견을 다 수렴해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이버안보 중요성 확대,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등으로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FIU 또한 조만간 개편된 기준을 적용한 제도이행평가에 돌입할 예정이다.
FIU는 금융회사 등의 AML 위험 및 관리수준을 평가해 고위험 회사와 업권, 취약분야를 찾는다. 제도이행평가 결과를 검사·감독 및 교육에 활용하고, 평가결과가 우수한 회사에 대해서는 포상을 실시한다. FIU는 이번부터 금융사들의 AML 교육 등을 제도이행평가 기준에 추가로 반영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