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76
)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트럼프는 이날 증거로 제시된 흑백사진을 본 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여성과 자신의 전 부인을 헷갈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9일(현지시각)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소송에서 배심원단 9명은 트럼프가 유명 칼럼니스트 진 캐럴(79)에게 500만 달러(약 66억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트럼프의 성폭행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성추행과 폭행까지는 사실에 부합한다며 이같이 평결했다. 아울러 캐럴에 대한 명예훼손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 트럼프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화상으로 증언한 트럼프는 “그 여자와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에 제시된 증거가 그 주장을 무력화 시켰다.
트럼프는 재판장에 1987년 한 행사장에서 진 캐럴와 함께 찍힌 흑백사진이 증거로 제출되자, 캐럴을 자신의 전 부인과 착각했다. 그는 캐럴을 보고 “말라(두번 째 부인)입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트럼프 변호인 측이 “캐럴”이라고 정정하자 “사진이 너무 흐릿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앞서 트럼프는 캐럴에 대해 “그 여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성폭행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7년 간 결혼생활을 이어온 아내로 착각할 정도로 캐럴의 외모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을 힘을 잃게 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수십 년 전 트럼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피플지 기자 나타샤 스노이노프는 “트럼프가 2005년 플로리다의 한 클럽에서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지배인이 말릴 때까지 몇 분 동안 강제로 키스했다”고 했다. 1979년 트럼프가 비행기 안에서 키스하고 몸을 더듬으며 치마위로 손을 올렸다고 증언한 피해 여성도 있었다.
트럼프 측은 재판 직후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역시 소셜미디어에 “난 그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이번 평결은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자 불명예”라는 입장을 밝혔다.
캐럴은 1995년 또는 1996년 당시 뉴욕 맨해튼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에서 우연히 트럼프를 만나 그가 속옷 선물 고르는 과정을 도와주던 중 탈의실에서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폭로가 나온 뒤 트럼프 측은 민주당원인 캐럴이 반(反)트럼프 진영의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잡지사 엘르의 매거진 칼럼니스트였던 캐럴이 2019년 자신의 회고록을 내며 홍보를 위한 마케팅으로 거짓 주장을 했다고도 비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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