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집트 경제가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공급망 혼란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와 대외부채 등으로 가뜩이나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동유럽의 정세불안으로 인한 여러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다. 연 300억~40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적자액은 연간 수출액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이러한 적자를 메워오던 3대 외화수입원이 해외에 취업한 이집트 근로자의 본국 송금액, 관광수입 그리고 수에즈운하 통행료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관광객 수는 여전히 회복되고 있지 않다.
동유럽지역의 정세불안 이후 몇 개월 사이에 200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됐다. 외환 보유액 400억달러 남짓의 국가에서 단기간에 이 정도의 금액이 유출되면 외환상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집트 전체 밀수입의 약 8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오랜 전쟁으로 인한 밀 가격의 급등 또한 정부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요인으로 미국달러 대비 이집트파운화의 가치는 일 년 전에 비해 거의 반쪽이 됐다. 물가상승률 또한 올해 4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32.7%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이집트 정부는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2년 3월부터 시행된 수입 시 신용장 의무화 조치는 9개월 이후 폐지되긴 했지만 여전히 대외 송금은 심사 후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달러화를 구하지 못한 바이어들이 수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긴급재정정책을 발표해 달러가 소요되는 신규 프로젝트를 전면적으로 중지시키고 비필수 외국 상품의 수입도 제한했다. 불요불급한 공무 출장을 금지시키고 심지어 장관의 해외 출장 또한 총리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IMF로부터도 30억달러의 구제금융이 결정됐지만 46개월에 걸쳐 분할해 받는 형태이다 보니 외환위기의 해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또한 장기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 제조업의 GDP 비중은 18% 정도 되지만 아직 수출할 만한 주력 산업이 별로 없다. 이집트 정부는 경제발전과 외환위기 방지를 위해서는 건실한 제조업 발전을 통한 수출산업의 육성이 절대 필요함을 인식해 외환위기 이전부터 ‘이집트 비전 2030’ 계획, EME(Egypt Makes Electronics) 정책 등을 통해 제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집트는 유럽·아프리카·아시아 3개 대륙을 잇는 전략적 요지로 1억명이 넘는 인구, 한반도의 4배에 달하는 광대한 국토 면적,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 등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집트뿐만 아니라 및 인근 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이집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석호 코트라 카이로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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