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 일정 최소…‘태영호 패싱’ 분석
“의원들 ‘자기정치’ 심해질 것” 공천 불안감 엄습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절반이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되면서 ‘최고위원 리스크’ 여파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태영호 최고위원은 논란에 사과하기 보다 회피와 법적 대응 언급으로 일관하고 있어 ‘최고위원 리스크’ 확산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당내에선 최근 당 상황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천 공포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4일 오전 9시에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최고위원회의는 매주 월, 목요일 오전 9시에 열리는 정기회의다. 국민의힘은 같은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외부 행사가 있어 이동시간을 고려해 취소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기현 대표가 한 시간 뒤인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서 또다른 외부 일정을 잡아, 사실상 ‘태영호 패싱’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최고위원회의만 취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김 대표가 (최고위 회의를) 취소하라고 직접 지시했고 지도부도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며 “별다른 일정이 있어서 일정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태 최고위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때문에 당 지도부가 이 판국이 났는데 둘이 무슨 자격으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냐”고 비판했다. 또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선출직 최고위원이다 보니 김 대표가 최고위원직을 박탈할 수는 없고, 사실상 스스로 내려오라는 압박”이라고 전했다.
현역 의원들은 ‘최고위원 리스크’의 최대 원인으로 ‘공천 불안감’을 꼽았다. TK 지역구 의원도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영남, 서울 강남·송파·서초, 강원 등 텃밭 지역구에만 분포되어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내려올 인사까지 고려하면 현역의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김 대표는 대통령실 인사들을 공천 때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런 자기정치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공천이 무섭다”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 소속 지역구 의원 93명 중 절반 이상인 58명이 영남권 의원이다. 강남 3구, 강원 등 지역구까지 합하면 대부분이 ‘공천만 되면 당선되는’ 지역구 의원인 셈이다. 태 최고위원과 김 최고위원도 각각 서울 강남갑, 경북 상주·의성·청송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강남갑은 통상 국민의힘이 전략공천 대상자에게 배정하는 지역구이기 때문에 2024년 총선에선 태 최고위원을 공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태 최고위원은 북한 접경지역인 파주 지역을 새 지역구로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룰을 ‘당심 100%’로 변경했을 때부터 ‘최고위원 리스크’는 예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내지도부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후보들이 ‘당원 중심 공천’을 언급했다”며 “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제주 4.3발언’으로 이미 재미를 봤기 때문에 최고위원이 되어서도 다음 공천을 위한 자기정치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출신이든 아니든, 개인이 역사관을 지닌 것과 여당 최고위원으로서 공식적 자리에서 이를 표현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자신의 신념이기 때문에 사과할 수 없다는 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자체로 모순”이라고 직격했다.
김 대표도 당대표 후보였던 지난 2월 열린 ‘비전 발표회’에서 ‘당원 중심 100년 정당의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당시 상향식 공천 도입과 주요 사안 당원 의견조사, 선출직 문호 개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