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포인트 ‘베이비스텝’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얼마나 매파적인 발언을 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매번 파월의 발언을 ‘경시(輕視)’하며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워온 시장이, 이번에는 그의 말을 어느 정도 수용할 지도 관건으로 지목된다.
3일 증권가에서는 이달 인상을 끝으로 연준이 작년부터 이어온 ‘금리인상 대장정’에 종지부를 찍겠지만, 파월의 발언은 향후 금리 선택지를 열어두기 위해서라도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파월 의장이 속내와 상관없이 기준금리 인상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굳이 명시화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연준의 향후 과제는 시장의 기대감이 인하 쪽으로 쏠리는 것을 최대한 막는 것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FOMC에서는 마지막 인상을 부인하고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가까운 시일 내에(연내)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는 꽤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 수 있다”면서 “연준은 시장이 자신들을 믿지 않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해부터 시장의 피벗(정책전환) 기대가 커질수록 더더욱 현실과 괴리가 있는 매파적인 입장을 강화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파월의 이같은 발언으로 시장의 기대감이 얼마나 사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조차 연준의 스탠스를 전부 믿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FOMC 결과가 금리 인상 중단으로 귀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이 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기술주와 성장주 중심의 비중확대 전략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노동시장 침체 신호가 감지되고, 민주당 의원들이 금리동결을 촉구하면서 이달 FOMC에 영향을 미칠 지 여부도 주목된다.
3월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959만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000만건에 육박했던 전월보다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3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월간 기준으로 2021년4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초 월가가 예상해온 전망치(970만건)도 밑돌았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 등 민주당 상·하원의원 10명은 파월 의장에게 금리 동결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미국인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중소 업체를 도산으로 이끌 경기침체를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최근 은행 파산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대체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완화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에 지역 은행주들은 크게 흔들렸다. 팩웨스트 은행 주가가 28%가량 하락했고, 웨스턴얼라이언스와 메트로폴리탄 은행의 주가가 각각 15%, 20% 가량 떨어졌다. 코메리카와 자이언스 은행의 주가도 10% 이상 떨어졌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기부양이 필요한 만큼 통화 완화에 대한 정치적 압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통화정책 전환은 파월 의장의 표면적인 입장(고금리 지속을 통한 인플레이션 완화)과는 다르게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FOMC 직후 파월의 세부발언 뉘앙스에 대한 해석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기대와 현실간 격차조정으로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FOMC 결과 발표이후 이달 중순까지 미국과 유럽의 부진한 경제지표 및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시장의 기대가 후퇴·정상화되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며 “기대와 현실 간의 이격조정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겠지만, 비중확대 기회일 수 있다. 중국 경기회복과 한국 수출 개선, 반도체 업황·실적 저점 통과를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