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금융감독원은 주식을 빌리지 않은(무차입) 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위해 고의로 매도 주문을 낸 불법 공매도 사례를 처음으로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지금까지 무차입 공매도 사례는 꾸준히 적발돼 왔지만, 대부분이 주문 실수나 착오에 의한 매도 주문이라 수천만원 수준의 과태료에 그쳐왔다.
금감원은 "그간 시장에서 의혹이 제기돼 온 악의적인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조사 과정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작년 6월 공매도 조사 전담반을 설치 후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을 집중 분석·조사해왔다.
악재성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조종 및 선물시장조성자의 헤지 수량을 초과한 공매도 여부 등이 집중 조사 대상이었다.
이러한 조사 과정에서 주가를 하락시키기 위해 스와프거래를 이용한 불법 공매도 혐의가 포착됐다. 스와프거래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이용하는 거래로, 증권사에 수수료를 주고 공매도 주문을 실행하게 하는 방식이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시간 외 대량 매매나 유상증자, 임상 실패 등의 정보가 공개되기 전 해당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한 혐의도 발견됐다.
특히 일부 혐의자는 무차입 상태에서 고의로 매도 주문을 제출함으로써 매매 차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혐의자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에 올려 신속하게 제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제재 수위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공매 조사 전담반 출범 이후 무차입 공매도 76건을 조사해 이 중 33건을 조치 완료했다.
31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21억5000만원이 부과됐으며, 공매도 규제 위반에 대해 제재 수위를 강화한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이후 적발된 2건에 대해서는 과징금 60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나머지 43건에 대해서도 제재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매도 악용 사례가 있는지 점검을 강화하고, 그간 진행해온 악재성 정보 공개 전 대량 공매도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기획 조사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주가가 급등락하며 변동성이 확대된 종목으로 악의적인 무차입 공매도가 벌어졌는지를 적극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 공매도 엄단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며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금융회사들은 공매도 위반 재발 방지·예방을 위한 철저한 시스템 관리 및 교육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