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금융사의 디지털 역량 강화 움직임이 계속되며, 금융산업 또한 IT기업과 같은 형태의 인력구조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통적인 금융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인력구조에서 점차 디지털 전문가의 역할과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일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AI(인공지능) 고도화에 따른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집필을 맡은 이새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산업의 경우) 대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정보 보안, 이상거래 탐지 등 업무 대부분에서 AI가 활용되며,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우수한 기술력 및 인력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화제가 된 챗GPT가 실제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차세대 챗봇으로 평가받는 등 AI의 발전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직업시장의 변화도 조짐이 보인다. 일부 산업군의 일자리는 AI로 인해 대체될 위기에 처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상품·서비스 개발, 재무, 생산관리 등 업무에서 보완적 도구로서 AI 도입률은 50%에 달한다.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직업군 중 약 3분의 2에서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해당 업종들에서 AI로 자동화될 수 있는 업무 비중은 최소 25%에서 최대 50%로 추산했다.
그중에서도 금융업은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대표 산업 중 하나다. 전략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상품과 서비스 개발 분야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는 금융사 비중은 31%로 전체 산업 평균(10%)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현재 국내 금융사들에서 상담(챗봇 등)이나 상품 추천 등 기본적인 지원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1:1 자산관리 등 대고객 서비스를 전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데이터 분석 능력이 향상되며 이상거래(자금세탁, 사기 등), 정보유출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속도와 범위가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2021년 약 1억달러를 투자해 금융사기예방 AI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금융사기 피해금액이 2017년 대비 14%가량 하락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자연스레 인력구조 변화도 예측된다. 기존 금융업의 인력구조는 경제·경영·재무 등 전통적 금융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디지털 전문가의 역할과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이미 JP모건은 AI를 포함한 디지털금융 기술 개발에 연간 약 12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현재 기술인력 수는 5만명(전체 20%) 내외로 플랫폼 기업인 메타(페이스북), 트위터보다 많다.
이새롬 수석연구원은 “국내 금융사 또한 최신 기술을 업무에 신속하게 도입하고, 운영 중인 챗봇 외에도 대고객 서비스, 이상거래 탐지 등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며 “AI개발 랩(lab) 운영 등을 통해 잠재력을 지닌 디지털 기업과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