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은행 대출금리가 내렸다는데, 왜 내 이자는 안 줄어드나”
최근 흔하게 들려오는 이같은 불만에 설득력을 더해줄 수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소비자 부담 완화’를 주창하며 연이어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들이 실제 취급한 일부 대출의 평균금리가 되레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21일 은행연합회 가계대출금리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달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총평균금리(서민금융 제외)는 5.80%로 전월(5.75%)에 비해 0.05%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6.62%까지 치솟았던 총평균금리는 지난 2월(5.75%)까지 연달아 하락했지만, 3월 들어 돌연 상승세로 전환했다.
주목할 점은 지난 3월에도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금리 인하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9일부터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전 상품의 금리를 최대 0.5%p 인하하는 등 이자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24일 개인고객 대상 금리인하 등을 담은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상생금융 확대 종합지원’을 발표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서민금융 상품 등 다양한 대출의 금리 인하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5대 시중은행의 공시 대출금리 또한 줄어들었다.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이 공시한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2월말 기준 5.46~7.02%에서 3월말 4.87~6.14%로 상·하단 각각 0.88%p, 0.59%p 감소했다.
하지만 실제 취급된 평균금리는 이와 반대로 증가하거나, 소폭 하락에 그치며 은행권이 ‘생색내기’ 금리 인하 방안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3월 이후 공시금리 하단이 3%대까지 내려온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도 3월 기준 총평균금리(4.77%)가 2월(4.84%)에 비해 0.07%p 감소한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고정금리 주담대 공시금리는 4.30~6.31%에서 3.66~5.82%로 상·하단 각각 0.49%p, 0.64%p 감소했다. 감소율을 비교하면, 공시금리 감소액의 약 10% 정도만이 실제 취급금리에 반영된 셈이다.
은행권은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의 비율이 늘어나는 등 표본 구성에 따라 기존 금리 흐름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 상에서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 3월 중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의 신용점수는 5대 은행 각 평균 896~941점으로, 지난 2월(895~943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꼭 신용점수가 아니더라도 개별 고객마다 사정이 다르고, 각 사별 취급 기준이나 주 고객층이 달라 추세에 어긋나는 평균값이 나올 수 있다”며 “금리부담 완화 방안들에 따라 실제 대출금리가 인하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시된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예대금리차(대출과 예금 간 금리 차이)는 1.16%p로 전월(1.36%p)와 비교해 0.2%p가량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2월 0.73%p에서 2개월 연속 확대돼 지난 2월 1.36%까지 벌어졌으나, 약 3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