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공매도 폭격’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월별 집계에서도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 중이다.
특히, ‘과열’ 지적이 나오는 2차전지 관련주뿐만 아니라 코스닥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몰리는 상황 속에, 유통·소비주까지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3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95건…부분 재개 후 최대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연초부터 전날까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건수는 총 245건에 이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78건에 비해 3.1배나 많은 수준이다.
월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건수로 봤을 때도 연이어 신기록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달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건수는 95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완전히 금지 됐던 공매도가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포함 종목을 대상으로 부분 재개된 2021년 5월 이후 최다 기록이다.
지난 2월 87건으로 공매도 부분 재개 직후인 2021년 5월(84건) 기록을 갈아치운지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새 기록이 써진 셈이다.
올 들어 공매도는 주가가 급등한 코스닥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4월 들어 월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건수 중 코스닥 종목 비율은 94.3%로 작년 7월(96.9%)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날 909.50포인트로 장을 마감한 코스닥 지수는 연초(1월 2일 종가) 대비 전날까지 33.89%가 오르며 전 세계 주요 증시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11개월 만에 900포인트 선을 넘긴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3월(93.7%)에 이어 두 달 연속 코스닥 종목에 대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이 몰린 배경엔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이 주가 조정에 따른 하락 국면에 조만간 접어들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세력들이 ‘숏(Short·공매도) 베팅’으로 이익을 거두려 총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소비株, 전체 거래액 중 공매도 50% 넘는 날도 수두룩
최근 들어 공매도 그림자가 더 다양한 섹터에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다.
대표적으로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는 곳은 2차전지 섹터, 그중에서도 ‘에코프로 그룹주’로 불리는 코스닥 시가총액 1·2위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대차잔액은 4조113억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또다시 수립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 10일 기록한 3조9506억원이다. 지난 1월 5일 기록했던 연 최저치 1조1083억원과 비교하면 3.6배나 증가한 것이다.
에코프로의 대차잔액 역시 전날 기준 2조4551억원으로 전거래일(14일) 기록한 최고치 2조4648억원보다는 조금 내려왔지만 여전히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차잔액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매도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져서다. 무차입 공매도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 국내에선 공매도에 나서기 위해선 대차거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대차잔고가 증가하면 공매도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신호로 풀이된다. 상환해야 할 주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공매도 거래 대금 규모가 유통·소비주에서 급증하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는 관련주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경기 침체 우려에 고물가까지 겹치며 소비가 둔화하고 있는 만큼, 유통·소비주의 상반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공매도 세력의 대표적인 표적은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 전체 거래대금 중 공매도 거래대금의 비율은 지난 13일 54억원으로 64.21%까지 치솟았다. 14일과 17일에도 각각 26.14%, 10.77%에 이르렀다.
롯데쇼핑도 전체 거래대금 중 공매도 거래대금 비율이 지난달 8일(28.99%) 20%대 위로 올라온 이후 29거래일 연속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다. 이 기간 50%대를 넘어선 것은 5거래일에 이른다. 최근 2거래일(14·17일)도 각각 40.14%, 42.13%에 달한다.
이 밖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14일 30.89%·17일 30.91%), 휠라홀딩스(13일 31.05%·14일 31.26%·17일 29.87%) 등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30% 선을 훌쩍 넘고 있다.
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 중 79.3%가 외국인
‘공매도가 외국인의 놀이터’란 증권가에서 유명한 말 역시 증명되는 모습이다.
전날 기준 코스피·코스닥 4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각각 6314억·3585억원으로 나란히 공매도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결과에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월 외국인 코스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008억원으로 전월(2926억원) 대비 1.7배나 늘었다. 공매도 거래대금 중 외국인 투자자 비율도 1월 67.46%,에서 지난달 68.71%로 늘더니, 이달 들어서는 79.3%까지 급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공매도 거래대금 중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58.91%로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달 대비 3.2%포인트나 올랐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전월 대비 31.3%나 증가하며, 기관(15.3%)·개인(13.2%) 투자자 증가율의 2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이 밖에도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명단에는 JP모건, UBS, 씨티그룹,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소시에테제네랄 등 글로벌 대형 금융 기관의 이름이 나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