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현대차·기아 차량만 골라 훔쳐타는 미국 10대들이 등장했다. 일명 ‘기아보이스(kiaboys)’로 불리는 청소년들의 기행으로 인해 현지에서 소송을 당한 건, 다름 아닌 현대차그룹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3일(현지시각) 미국 8개 도시가 “차량 도난 사건에 대해 대비가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번 소송에는 시애틀,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 신시내티, 오하이오의 콜롬버스 등 8개 도시가 참여했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비용절감을 위해 도난 방지 기술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묻고 있다. 구체적 피해액까지는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6월 10대들을 중심으로 ‘현대차·기아 절도’ 사태가 잇따랐다. 시작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근거지를 둔 10대 차량 절도단이 올린 기아차 절도 영상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영상은 해시태그 ‘기아 보이즈’를 달고 틱톡 등 SNS를 통해 확산됐다. 급기야 현대‧기아차를 노린 모방 범죄가 하나의 ‘챌린지’가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미국 전역에서 피해를 당한 차량만 수천대에 달한다.
피해가 몰린 모델은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2021년 11월 이전 출시 차종이다. 해당 시기 미국에서 생산한 엘란트라, 소나타, 베뉴 등이 주 타깃이 됐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란 자동차 키 손잡이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어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혀야만 시동이 걸리게 하는 기술로, 미국에서 필수로 장착해야 하는 기능은 아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량은 충전용 USB케이블을 사용해 강제로 점화 실린더를 작동시키면 차키가 없어도 시동을 걸 수 있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각)에는 미국 22주 법무장관이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두 회사는 올해 2월 14일 절도 피해와 관련 있는 미국 내 830만대 차량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방침이다. 업그레이드 대상으로 발표된 모델은 2017∼2020년 미국 엘란트라와 2015∼2019년 소나타, 2020∼2021년 베뉴 등이다. 현대차는 아울러 2021년 11월 이전 현대·기아차 차량 사용자들에게는 도난 방지 핸들 잠금장치를 무료로 배포 중이다. 다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불가한 차량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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