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조기 환매 요구 전월 대비 15%↑
조기 환매 제한 규정 덕 위기는 피해
경영진, 부동산 펀드 장점 부각에도 투자심리 냉각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은행 위기가 부동산 금융 시장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 최대 대체자산 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스톤의 부동산 펀드에 조기 환매를 요구한 금액이 전달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은 3일(현지시간) 지난달 ‘블랙스톤 부동산 소득 신탁(Breit·브라이트)’으로부터 환매를 요구한 고객의 자금이 45억달러(5조9085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월 환매 요구액 39억달러(5조1207억원) 대비 15% 증가한 수준이다.
블랙스톤은 3월 조기 환매 제한에 대한 공지에서 “브라이트가 시장 사이클 전반에 걸쳐 강력한 성과를 창출했다”면서 “3월의 환매 요청은 1월 최고치보다는 16% 낮아졌다”며 대규모 환매 요구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해당 펀드는 부유한 개인에게 부동산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7년 출시된 상품이다. 블랙스톤은 펀드에 설정된 환매 한도를 이용해 인출 요구액 중 6억6600만달러(8666억원)만 실제 고객들에게 지급했다. 펀드의 약관에 따라 고객들은 매월 순 자산의 2%, 분기별로는 최대 순자산의 5%에 대해서만 조기 환매를 요구할 수 있다. 블랙스톤이 조기 환매 요청을 제한한 것은 벌써 5개월 째다.
블랙스톤은 지난 11월 30일 이후 환매를 요구한 투자자들에게 50억달러(6조5450억원)를 내줬다. 미국 외 지역 투자자들은 지난 1년 동안 Breit에 대한 익스포저(특정 기업이나 국가와 연관된 투자 금액 비중)를 절반 가량 줄였는데 특히 아시아 지역 투자자의 환매 요구가 가장 많았다.
이번 대규모 조기 환매 요구는 블랙스톤의 경영진이 금융 변혁기 부동산 펀드가 줄 수 있는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블랙스톤의 조나단 그레이 회장과 다른 최고 경영진들은 지난 8~9일 2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뉴욕 맨해튼의 스프링 플레이스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에 초청해 금융 격변에 따른 새로운 투자 기회에 대해 설명했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경영진들은 금융 위기가 확산되면 신규 부동산 건설을 위한 은행 자금 조달이 제한돼 공급이 위축되고 부동산 임대료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Breit의 수익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스톤의 미주 부동산 사업을 책임지는 나딤 메그지는 이 자리에서 “경쟁사들은 펀드 규모를 축소하거나 자산을 매각할 것이지만 Breit는 120억달러(15조7080억원)에 달하는 유동 자산을 활용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펀드가 인공지능(AI) 제품 경쟁을 목표로 하는 빅테크 기업을 위한 데이터 센터에 투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FT는 “Breit의 대규모 환매 요구는 투자자들이 지난 10일 막대한 손실과 자본 조달 실패로 규제 당국에 인수된 SVB 사태에 따른 금융 위기를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