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 매출 2배 이상 증가
정유제품 수요 감소 대비하기 위한 전력
석유화학 사업 투자 이어질 전망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지난해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사업 매출액이 30조원을 돌파했다. 친환경 기조로 정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는 것에 따른 대안으로 석유화학 사업에 조(兆) 단위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데 따른 결과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사업 매출은 33조2878억원으로 전년(24조511억원) 대비 38.4% 증가했다.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회사는 HD현대오일뱅크이다. HD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8조4959억원으로 전년(3조9518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 석유화학 사업 매출은 48.2% 늘어난 8조7395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9조5433억원→11조269억원), S-OIL(4조6574억원→5조255억원) 매출은 각각 15.5%, 7.9% 증가했다.
정유사들은 석유화학 사업을 키우고자 2010년대부터 과감한 투자를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인천에 1조6000억원, 울산에 4800억원을 투자해 파라자일렌(PX) 생산공장을 건설했다. GS칼텍스는 2018년 전남 여수 공장 인근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시설(MFC)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4년 만에 준공된 MFC는 연간 에틸렌 75만t, 폴리에틸렌 50만t 등을 생산한다.
S-OIL은 2018년부터 4조8000억원을 투입해 울산에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을 완공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설립한 현대케미칼은 지난해 10월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 중질유분 등 저가 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석유화학설비(HPC)을 준공했다. 공장 건설을 위해 현대케미칼이 투자한 자금만 3조원 이상이다.
계속된 투자로 전체 사업에서 석유화학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23.5%), HD현대오일뱅크(24.3%)의 석유화학 사업 매출 비중은 20%를 넘었다. GS칼텍스, S-OIL은 각각 15%, 12%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투자는 정유제품의 수요 감소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정유제품 판매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빨대 등에 사용되는 석유화학제품은 정유제품보다 수요가 꾸준하다. 특히 정유사들은 다양한 유분을 원재료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만큼 화학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석유화학 사업 투자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OIL은 이달 초 9조2580억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의 첫 삽을 떴다.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될 시설은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연간 에틸렌 생산량 기준 180만t)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 등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S-OIL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석유화학 비중은 현재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