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14년만에 참석
경제계 셔틀회의 정례화 속도
장기적 에너지·자원 협력 강화
전경련 의제 주도 존재감 커져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순방을 기점으로 한일 재계가 14년만에 한자리에 모이면서 양국에서의 경제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그동안 중단됐던 한일 경제인들의 셔틀회의 정례화와 반도체·에너지 분야 등에서의 상호 투자와 기술 협력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재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그룹 총수과 전경련 회장단 등 12명의 재계 인사는 이날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 참석했다. 이번 BRT는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함께 주최하는 행사다.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등 11명이 자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대통령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9년이후 14년 만이며, 4대 그룹 회장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모두 함께 참석한 것도 약 20여 년만에 처음”이라면서 “재계 총수들이 직접 나선만큼 상세한 내용보다는 전반적 사업 분야에 대한 협력과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고, 뒤이어 실무선에서의 성과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당장 한·일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가 복원된 것에 맞춰 양국 경제계 간의 셔틀회의가 정례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에도 양국 외교가 정상화하면서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진 바 있다. 대표적으로 저탄소·녹색성장과 부품소재 협력, 관광·인적교류 활성화 등이 꼽힌다. 당시 개최된 한일 부품소재 조달·공급전시회에서 총 3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양국 외교 정상화로 인해 실제 산업계에 미칠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계와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제조업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한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원활한 소재 수급이 가능해지고 R&D(연구·개발) 비용 및 인력 투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메이커에게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본에서도 스미토모화학·신에츠화학공업 등 일본의 반도체 소재 관련 기업들의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전날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해제한 바 있다.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의 경우 수출 규제 이후 한국 기업들의 일본 의존도가 42.4%에서 9.5%로 급감했지만, 폴더블 디스플레이 제작 등에 활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92% 이상으로 높은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도 일본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닛산·이스즈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토요타와도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다. SK온 역시 최근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RNMA) 측과 전격 회동을 가지는 등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배터리 분야 등에서 대일 수출이 확대되고, K팝 등 한류 확산을 통해 콘텐트 소비재의 일본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반도체·전기차 등 신산업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강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기적으로 양국 경제계의 전방위적인 ‘미래 파트너십’ 강화도 주목된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의 유지와 강화, 자원·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공동 대응,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저출산 및 고령화, SDGs(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의 실현 등 한일이 협력해 대처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양국 경제계가 합의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 대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 여부는 향후 주목할 과제로 꼽힌다. 전경련과 게이단렌는 양국 공동 사업의 일환으로 각각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전경련)과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게이단렌)을 창설하고 각각 10억원과 1억엔을 출연하기로 했다.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이 맡는다. 두 회장이 공동회장을 맡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며 양 단체가 사무국 역할을 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두 단체의 기금 조성은 한국이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의 실행을 뒷받침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기금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전날 열린 기자질의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의식하고 있지는 않다”며 “기금이 하는 사업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한일 정상회담과 양국 경제인 간 BRT를 계기로 경제단체로서 전경련의 위상이 올라갈지 여부도 주목된다.
양국 경제 관계 복원으로 전경련이 한일 의제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키워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4대 그룹의 경우 지난 2016년 전경련 탈퇴 이후 이번 간담회를 통해 ‘스킨십’이 재개되면서 전경련과 4대 그룹 간 관계 회복도 급물살을 타게될 지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양대근·정태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