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A, 제3국 원자재 의존도 65% 미만
중국 공급망서 배제…자국 우선주의 대응
최고 40% 역내 가공·재활용 비율 15%로
산업부 “차별 조항 없어…기업간담회 개최”
[헤럴드경제=김지윤·배문숙·김성우 기자] 유럽연합(EU)이 특정 국가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원자재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1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전기차·배터리 등 핵심 성장 산업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각국의 자국 산업 우선주의에 대응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우선 EU는 원자재법 시행을 통해 2030년까지 ‘제3국산’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기로 했다.
배터리용 니켈·리튬·천연흑연·망간을 비롯해 구리·갈륨·영구자석용 희토류 등 총 16가지 원자재가 전략적 원자재로 분류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EU는 현재 희토류 98%, 리튬 97%, 마그네슘 93% 등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부 전기차, 히트펌프, 태양광 패널 등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또 EU는 전략적 원자재의 최소 10%는 역내 추출·생산하고, 최고 40%까지는 역내에서 가공하겠단 목표도 밝혔다. 최소 15%까지 재활용 비율도 높인다. 전기차 모터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영구자석 재활용 비율 및 재활용 가능 역량에 관한 정보 공개 요건도 이번 초안에 포함됐다.
기업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초안에는 500명 이상, 연간 매출 1억5000만 유로(약 2100억원) 이상인 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급망 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이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배터리 3사가 이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산업계는 이미 예상한 수준의 초안이라면서도 세부안이 나오는 대로 향후 미칠 파장을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RMA 목적 자체가 핵심원자재 역내 역량 강화, 우호국 파트너십 통한 공급망 다변화”라며 “수시로 공급망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미국의 IRA처럼 세세하게 제조사 부품, 원자재 비율 충족 요건 등이 있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서 EU는 역내 채굴, 가공을 비롯해 재활용, 타국 의존도 관련 목표치를 제시했으나, 실질적인 보조금 지원 수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실행 방안이나 상세한 지원책 등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원자재법과 함께 발표된 탄소중립산업법에는 미국 IRA에 맞서 역내 친환경 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대책이 담겼다. 초안에 따르면 집행위는 태양광·배터리·탄소포집 및 저장 등 8가지를 ‘전략적 탄소중립 기술’로 규정했다. 해당 8가지 산업의 역내 제조 역량을 2030년까지 40%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관련한 역내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허가 기간을 최대 18개월을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을 위한 투자 시 보조금 지급 절차도 간소화될 전망이다. 이미 EU는 최근 보조금 지급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산업부는 핵심원자재법 초안에 대해 미국 IRA와 달리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이나 현지조달 요구 조건 등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또 탄소중립산업법도 EU 역내 기업과 수출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산업부는 두 법을 상세히 분석해 업계에 미칠 위기 및 기회 요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 주 관련 기업 간담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아울러 업종별 영향과 세계무역기구( WTO) 규범 위반 여부 등을 상세히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수립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