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업 그만두고 페인트업, 경비업 등 종사”
“단가 높은 소량 인쇄업으로 전환하기도”
서울 인쇄업체 회원사, 매년 사라져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불법 인쇄 자제 공문·교육 실시”
“불법 전단지 인쇄 업체 찾기는 어려워”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골목에 있던 인쇄소 10곳이 2~3년간 3~4곳만 남았습니다. 그만둔 분들의 근황을 들어보니 노가다를 뛰거나 경비원, 페인트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네요.”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15년째 인쇄업에 종사하고 있는 30대 A씨는 인쇄업의 실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A씨의 경우 부모님 세대부터 인쇄업을 이어받은 경우지만, 인쇄업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소량의 인쇄 주문만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됐어도 행사로 인한 인쇄 주문은 이전만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행사가 축소돼. 을지로 인쇄골목에서 대량 인쇄를 하는 업체보단 소량 인쇄업만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령 전단지 1000장를 찍고 단가가 10만원으로 책정되면, 대형 인쇄 공장에선 4000장에 5만원을 받으니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 그러다보니 단가가 높은 전단지, 명함 등의 소량 인쇄업으로 방향을 돌리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달 서울 인쇄업체 회원 960개사…8년새 38.9%↓
실제로 인쇄소는 매년 사라지는 추세다. 16일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조합에 등록된 인쇄업체 1333개사는 올해 들어 960개사로 38.9% 감소. 8년 사이 인쇄소 3곳 중 1곳은 사라진 셈이다. 마찬가지로 이달 인쇄 경기지표에 따르면 인쇄업 현황 경기지수에서 전망치와 실적치는 지난해 4월 기준 각각 57과 52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75, 77이었던 전망치와 실적치와 비교했을 때 20이상 하락한 것이다.
한때 인쇄업의 중심으로 불린 을지로 인쇄골목 이름과는 무색하게 청년 세대가 선호하는 ‘힙지로’로 바뀐 지 오래다. 인쇄소가 자리한 지점은 어느새 식당이 들어서고 있다. 해당 일대에서 34년째 인쇄업을 이어오고 있는 B씨는 “폐업한 인쇄소들이 식당으로 바뀌고 있다”며 “가게 인근 건물을 보면 인쇄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고 카페만 가득찼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거래처가 있어 아직까지 장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단골 거래처마저 끊긴 경우가 많다보니 더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내주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사 어려운 나머지 불법 전단지 암암리에 할 수도”
인쇄업의 실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반면, 서울 유흥가를 중심으로 살포되고 있는 불법 전단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자치구와 인쇄업계에선 인쇄소들을 대상으로 선정적인 문구나 사진이 들어간 전단지를 인쇄하는 것에 대한 위법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실제 불법 전단지를 인쇄하는 업체 단속은 쉽지 않다.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에 등록한 인쇄업체의 경우 주기적으로 불법 전단지를 인쇄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지와 더불어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인쇄 업체들을 대상으로 불법 전단지 발주를 받는 곳을 조사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온라인상에서 발주를 받는 합판 인쇄업체를 통해 택배로 받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 역시 “아직 주변에서 불법 전단지를 인쇄하는 곳을 들어본 곳은 없다”면서도 “(다만) 다들 사정이 어려운 나머지 영업시간이 끝난 후 암암리에 불법 전단지 발주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