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연회비가 2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카드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올해 카드업계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안정적인 고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VIP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오는 21일 국내에 정식 출시되는 애플페이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카드사들이 충성고객층 확대에 힘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새로운 프리미엄카드 라인업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하나카드는 현재 플래티늄, 플래티늄 로얄 등 연회비가 1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고소득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새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다른 카드사들도 이미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하고 나섰다. 삼성카드의 경우 ‘디 아이디’ 라인의 프리미엄 카드 두 종을 새로이 출시했는데, 이중 티타니움 카드는 연회비가 70만원, 플래티넘 카드는 20만원에 해당한다.
KB국민카드도 연초 ‘헤리티지 스마트’라는 신규 프리미엄카드를 출시했다. 연회비 20만원에 특급호텔·항공·공연 쿠폰이 제공된다. KB국민카드가 본래 제공하던 ‘VVIP카드’, ‘플래티늄 카드’ 등 기존의 프리미엄 카드 범위를 한층 더 확대한 것이다. 연회비가 100만원에 이르는 카드는 발급량이 낮아 20만원 선의 카드를 새로이 발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카드사가 이같이 프리미엄 카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고수입을 안겨줄 수 있는 충성고객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카드업계의 조달비용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올해 카드사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종 혜택을 풀어 안정적인 고소득층 고객을 유치하면, 수익이 현저히 낮아지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들어 여전사 채권 금리가 안정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연초와 비교하면 3배 수준”이라며 “VIP 고객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애플페이가 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본격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충성고객을 더욱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오는 21일부터 당분간은 현대카드가 ‘우선권’을 통해 애플페이를 독점 제공하는 가운데 업계는 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의 파급력이 어느정도 될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아직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이 10% 이하인데다, 스타벅스 등 가장 중요한 가맹점에서 애플페이가 여전히 사용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소혜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스마트폰 MS(시장점유율)가 80%인 갤럭시도 삼성페이의 간편걸제시장 MS는 24%에 불과하다”며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의 MS 확대를 경계하고 있는 카드사는 B2B(기업 대 기업) 등 타업권과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다. PLCC 등 카드사의 타업권 제휴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카드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불안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제휴팀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