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사업인 리브엠(Liiv M)이 ‘통신비 다이어터’들의 선택을 받으며 가입자를 키우고 있다. 사업 초기만해도 경쟁사들의 반발, 내부 조직 갈등의 불씨로 꼽혔지만 최근 정부의 통신비 경감 기조와 맞물려 리브엠 사업은 혁신금융의 성공사례로 재평가 받고 있는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4월 부수업무 지정을 통해 서비스를 이어가고 알뜰폰 사업의 최대 보완점으로 꼽히는 고객센터를 강화할 방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리브엠 가입자수는 40만명을 돌파했다. 2019년 말 5000명으로 시작한 가입자는 2020년 말 9만2000명, 2021년만 22만8000명, 2022년 말 38만8000명 등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리브엠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일환으로 2019년 10월 국내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출시됐다. 당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또한 금융과 통신을 융합해 이통 3사로 고착화 된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하지만 KB국민은행 내에서 리브엠 사업이 처음부터 순항했던 건 아니다. 당국이 지역그룹 대표 역량평가 반영 금지, 음성적인 실적표(순위) 게시 행위 금지 등 조건을 달아 허용해줬으나,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불과 지난해까지도 은행 노조 측에서 수익성,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리브엠 사업인가 취소 촉구를 하는 기자회견을 열 정도였다.
외부 시선도 마냥 우호적이진 않았다. 알뜰폰 이미지가 ‘효도폰’ ‘공짜폰’ 등으로 고착화된 터라 이를 바꾸는 것 뿐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컸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국민은행이 리브엠 이용자 유치를 위해 요금제를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책정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KB국민은행은 여러 상품과 연계한 리브엠 서비스를 확대했고, 노사간 입장 차를 좁히는데도 성공하면서 현재는 내부 논란이 한단계 수그러든 상태다. 최근에는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직접 거론하며 가계 부담을 낮춰주는 혁신금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분위기다. 현재 정부는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대책의 일환으로 알뜰폰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리브엠은 내달 금융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 특례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행법상 은행은 금융업과 관련된 전산업만을 부수업무로 영위할 수 있다. 알뜰폰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부수업무 지정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은행 측은 부수업무 지정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알뜰폰이 부수업무로 지정되면 리브엠 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도 본격적으로 통신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4월 부수업무 지정으로 안정적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며 “이후 고객센터 강화 등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브엠의 순항으로 금융권의 통신업 침투는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비바리퍼블리카의 자회사인 토스모바일은 지난 1월 30일 알뜰폰 시장에 정식 진출했다. 신협중앙회, 신한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으며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