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경쟁에 ‘떨이’ 대출까지 나왔다…인뱅, ‘마이너스’ 가산금리 선보여 [머니뭐니]
카카오뱅크 오피스 및 케이뱅크 본사. [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시작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 계속되면서 사실상 역마진으로 추정되는 ‘떨이’ 대출상품까지 등장했다. 인터넷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에 대해 준거금리보다 낮은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

인뱅, 전세대출에 –0.39% 가산금리 적용…사실상 ‘역마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특별 금리 인하를 진행 중인 카카오뱅크의 10일 현재 변동형 전세대출 금리는 연 3.43~4.39%로, 업계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특이한 점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지수(3.82%)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가산금리로 연 마이너스(-) 0.39~0.57%를 책정하고 있다. 즉 일부 사용자에 대해 원가보다 싼 가격에 대출을 해주는 ‘떨이’ 상품을 판매하는 셈이다.

금리인하 경쟁에 ‘떨이’ 대출까지 나왔다…인뱅, ‘마이너스’ 가산금리 선보여 [머니뭐니]

이미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진행한 케이뱅크는 전세대출상품에 대해 현재 연 3.68~5.23%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비해 금리 수준은 다소 높지만 최저금리는 준거금리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다. 이는 –0.14~1.41%의 마이너스 가산금리가 적용된 결과다.

금리인하 경쟁에 ‘떨이’ 대출까지 나왔다…인뱅, ‘마이너스’ 가산금리 선보여 [머니뭐니]
서울 한 시중은행 대출안내문 앞에서 시민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

양사는 고정형 주담대에도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반영하고 있다. 전날(9일) 금리 인하를 단행한 케이뱅크의 주담대금리는 4.21~5.21%로,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한 준거금리(4.41%)보다 0.2% 낮은 최저금리를 적용 중이다. 이는 정책상품인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의 최저금리(4.15%)와 유사한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도 준거금리(4.46%)에 비해 0.16% 낮은 4.3%의 주담대 최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계속되며, 은행들은 너도나도 대출금리 인하를 발표하고 있다. 예컨대 올해 수차례 금리 인하를 진행한 국민은행은 지난 9일 가계대출 전 상품에 대해 최대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전세대출 금리는 4.13~6.58%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도 마진을 최대한 줄여 당국 방침에 발맞추고 있지만 마이너스 가산금리는 무리”라며 “은행권에서 일반상품에 마이너스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사례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공격적 판매로 ‘건전성 기반’ 다진다…일각에선 ‘무리한 영업’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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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기(ATM)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연합]

인터넷은행들이 이와 같은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만이 작용한 결과는 아니다. 인터넷은행들은 최근 시중은행에 비해 비교적 취약했던 전세대출·주담대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수익에서 일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부실 위험이 적은 대출의 비중을 높여 건전성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인터넷은행 3사의 연체율은 최근 1년 새 급증해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영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인터넷은행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시중은행 대비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준거금리보다 낮은 대출을 제공하는 건 일부 역마진 판매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마이너스 가산금리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아직 대출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구조 등에 부작용 발생 우려를 지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경쟁에 ‘떨이’ 대출까지 나왔다…인뱅, ‘마이너스’ 가산금리 선보여 [머니뭐니]
서울 한 시중은행 입구 앞에서 시민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마진을 최대한 줄였을 뿐, 영업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편의를 위한 마진 축소의 일환이며, 아직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니다”며 “금리 상승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금융 지원 차원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메시지가 은행권이 처한 시장 상황과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아직 은행권에 금리 인하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9일 이와 관련해 “개별 은행들이 어느 정도 범위에서 여유가 있고, 은행 및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고통 분담 노력은 이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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