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작화랑, 김명식 개인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알록달록한 집들이 키 맞추기 놀이를 하듯 옹기종기 모였다. 완연한 봄이 가득한 들판을 그린 풍경은 무엇이든 품어낼 것 같은 드넓은 초록이 부감시로 펼쳐진다. 보기만 해도 평안한 그림이다.
회화작가 김명식(74)의 개인전 ‘행복이 가득한 집’이 서울 강남구 청작화랑에서 열린다. 백발이 성성한 화백은 그림처럼 넉넉한 표정으로 “진짜 있는 풍경을 보고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보고나서 머릿속으로 풀어서 그린 것이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린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스스로 자신 작업의 변곡점을 뉴욕으로 꼽는다. 1984년 개인전 이후 이른바 ‘고데기’(현 강동구 고덕동)시리즈로 불리던 도시화 되기 이전의 시골풍경을 수년간 연속해서 그리던 작가는 매너리즘에 빠졌다. 1990년대 말, 이를 탈피하고자 떠난 뉴욕여행에서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렸던 ‘The American Century Art and Culture 1950~2000’전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재스퍼 존스,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셴버그 같은 작가의 원작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또 성조기를 가지고 패러디를 할 수 있을만큼 작가들의 활동이 자유롭다는 것도 놀라웠다”
결국 작가는 2004년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떠난다. 2년간 머무르면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영감을 준 것은 7번 전철을 타고 작업실로 향하는 출근길에 본 도시의 풍경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집들이 어느 순간 사람으로 보였다. 흑인, 백인, 아시아인…. 모든 사람이 섞여 살던 뉴욕의 현주소이기도 했고” 그길로 작가는 색색이 다른 집을 그렸다. ‘이스트 사이드(east side)’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집들의 크기가 모두 같지만 색이 다른 것은 인종차별이 없는 평등을 은유한다. “뉴욕 생활에서 화합과 평화를 바랐는지 모르겠다”
최근엔 용인 작업실 주변 풍경을 그린다. 2005년 부산 동아대학을 퇴직하고나서 용인으로 이사한 뒤, 작업실 주변이 흡족했단다. 그 마음을 담아서인지 그림엔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서평을 쓴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앞쪽의 드넓은 평야를 넘어 군데군데 자리잡은 집들은 소외되거나 외롭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안빈작도 선비의 거처로 보일만큼 더없이 평화롭기만 하다”며 “이스트 사이드 시리즈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나 소통을 강조한 삶의 이야기였다면 최근의 풍경은 인간 태생의 시원인 자연으로의 회귀에 대한 서정적 고백”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3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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