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21시 법원의 전산망이 정상화됐다. 애초 법원행정처가 ‘데이터 이관’작업을 이유로 서비스 일시 중지를 공지한 시간(6일 6시)보다는 9시간 단축된 결과다. 이로써 4일 자정 무렵부터 진행된 전산작업이 약 45시간 만에 마무리됐고 법원 사무도 정상적으로 가능해졌다. 그간 재판 관련자료 제출과 기록 확인이 어려워 멈췄던 재판시계도 다시 움직였다.
전산화 시대에 서비스 일시 중단은 어떻게 보면 흔한 일이나 법원의 경우 파장이 컸다. 사건의 전산처리를 지원하는 재판사무 시스템이 마비되면 법관은 각종 기록을 확인할 수 없고, 전자소송 시스템이 멈추면 소송 당사자는 법원에 전자문서 제출을 못 한다. 특히 사건 대부분이 전자소송인 민사사건은 차질이 더 크다. 재판이 불가피하게 미뤄지고 마감시간이 있는 항소장 접수를 위해 직접 해당 법원까지 방문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같은 법원 전산망 마비는 지난 1일 개원한 수원회생법원과 부산회생법원에 회생·파산사건 관련 데이터 이관작업으로 발생했다. 이 작업은 애초 지난달 28일 오후 8시에 시작해 2일 오전 4시에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작업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고 방대한 데이터양으로 예정시간 안에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다. 결국 법원행정처는 김상환 처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 며 고개를 숙였다. 초유의 전산망 마비 사태로 불만이 커지자 법원은 5일 작업을 중단하고 일시적으로 정상화한 뒤 주말 내 미진한 작업을 이어갔다. 데이터 이관이 완료된 후 홈페이지에 공문을 올려 재차 사과했다.
두 번의 사과를 보면 법원 나름 억울함이 있겠지만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 4일 자정 무렵부터 시작된 추가 작업에 대한 공지를 직전에 홈페이지에 올린 뒤 당일 오후에 이를 출입기자단에게 공지했다. ‘또다시 먹통’ 등 기사는 사실과 다르며, 필수적이며 정상적인 과정이라고도 해명했다. 그러나 추가 작업의 필요성을 알리는 부분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더욱이 전산망 마비가 데이터 이관작업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추가 작업은 예견된 일이었다. 통상 데이터 이관은 IT개발자 사이에서도 난이도가 따르는 업무다. 일반적인 전산작업은 시나리오를 세우고 새벽시간에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데이터 이관 과정에서 기존 데이터와의 정합성 문제 등 각종 변수가 등장한다. 특히 구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공공기관에서는 난도가 더 높다고 한다. 한 개발자는 “시나리오를 짜더라도 변수가 많아 원활한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 번에 끝낼 수 없다면 점검을 나눠서 해 임팩트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은 재발될 수 있다. 법원은 QR코드 도입, 원스톱 서류제출 등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지역에 회생법원 신설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법원이 관리하고 점검해야 할 데이터가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두 번의 사과를 발판 삼아 전자화 시대에 걸맞은 법원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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