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작가 조지 오웰은 자신의 글쓰기를 ‘전제주의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글쓰기’로 정의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고(故) 마광수 연세대 교수는 ‘이 시대는 개인주의자를 요구한다’의 서문에서 “이 시대는 전체주의자가 아니라 개인주의자를 요구한다”고 적었다.
얼마 전 기자와 만난 한 민주당 의원은 “이름은 민주당인데 ‘민주’가 아니라 ‘전체주의’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 국무위원 탄핵안, 김건희 특검 등을 당론으로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품어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간신히 부결됐다. 애초 압도적인 부결을 예견했던 민주당은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찬성표(139표)가 반대표(138표)보다 많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최소 31표 이상 이탈표가 있었다는 추정이 나온다.
충격의 당사자는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다. 비명계는 사실상 이번 사태를 짐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 이 정도의 부결표가 나온 것은 민주당 안에서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는 식의 해석이 나온다. 비명계 의원들이 표결 전 물밑에서 지도부의 방침에 반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지도부의 첫 반응은 ‘소통 강화’다. 당내 계파 갈등의 심각성을 이제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당내와 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소통’이라고 하면 자신과 다른 의견을 수용할 자세나 마음가짐이 전제돼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친명계가 비명계의 문제의식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행동으로 옮길 때 이 대표도 언급한 ‘소통’이 본래의 뜻에 맞는 빛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지도부가 생각하는 ‘소통’은 일반 상식과는 결이 다소 달라 보인다.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친명계 의원은 비명계를 향한 날 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미래부총장을 맡고 있는 김남국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당원이 선출한 대표인데 특정 계파가 모여 내려오라고 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정치”라고 했고,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현 상황에서 이 대표에게 사퇴하라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의도에 말려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지도부의 소통은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의 목소리’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의 정치탄압을 이겨내기 위한 야당의 조건은 첫째도, 둘째도 단합”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당이 방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비명계의 목소리는 열심히 들을 테니 지도부의 방침이었던 단일대오를 다시 따르라는 일방적인 명령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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