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숨져, 극단적 선택
사망한 A이병 지속적 괴롭힘 당해
“119 구급차 진입 지연 등 은폐 정황”
[헤럴드경제=김빛나·박혜원·신대원 기자] 생전에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GOP 총상 사망 이병’ 사건 당일 군부대 통제로 119구급차가 진입하지 못했다는 군 인권단체의 고발이 나왔다. 또한 사망한 이병은 사망 당일까지 “근무 끝나고 두고 보자” 등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육군 12사단 GOP 총기 사망 사건 은폐 정황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8일 육군은 지난해 11월 28일 강원 인제군 GOP에서 경계근무 중 총상으로 숨진 A이병이 군사경찰의 조사 결과 생전 집단 괴롭힘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인권센터가 육군, 경찰청, 소방청을 상대로 진행한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A 이병 사건 당시 인근 119 구급차와 순찰차가 도착했으나 군부대 통제로 이동하지 못했다. 당시 부중대장은 A 이병이 쓰러진 후 군의관이 CPR을 진행하는 동안 119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이 출동했으나 한동안 구급차가 이동을 못했고 22분 가량 현장 도착이 지연됐다.
유가족에게 접수된 익명 제보에 따르면 A 이병 소속 부대에서는 구급차 소식을 접하고 “누가 마음대로 민간 앰뷸런스를 불렀느냐”는 논쟁도 있었다.
A 이병을 괴롭힌 군인의 허위 보고 정황도 있었다. A 이병의 총기 발사를 목격한 일병의 보고를 받은 B 하사는 사건을 오발 사고인냥 허위보고했다. B 하사는 A 이병을 괴롭힌 군인 중 한명으로 이후 “두려운 마음에 허위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육군 군사경찰은 B 하사를 군형법상 허위보고죄로 입건하지도 않았다”며 “유가족은 B 하사를 허위보고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망한 A 이병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날까지 협박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망 당일 A 이병은 선임에게 “내려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 “이번에는 죄송하다는 말로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 A 이병은 해당 발언을 들은 후 30여분 뒤에 사망했다. 임 소장은 “A 이병 사건은 단순 모욕, 협박 사건이 아니다. 심리부검을 통해 가해자들의 행위가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육군 조사에 따르면 부대에서 고인을 괴롭힌 것으로 조사된 인원은 8명이다. 이들은 A 이병에게 암기 강요와 폭언·협박 등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경찰은 간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이들 8명을 민간 경찰로 이첩해 조사받도록 했다.
다만 육군 관계자는 “군인권센터의 기자회견 내용 중 구급인력의 부대출입이 통제되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고장소는 내비게이션이 안되는 GOP로서 민간경찰 및 소방대원이 야간 및 악기상에서 안내 없이 직접 찾아오기 제한되어 군 안내 간부가 양구통일관에서 민간경찰과 소방대원을 만나 함께 사고장소로 이동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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