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지난 9일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열병식 본행사에서 딸 김주애가 아버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만지자 흡족해 하는 모습. [연합]
조선중앙TV는 지난 9일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열병식 본행사에서 딸 김주애가 아버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만지자 흡족해 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북한이 지난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건군절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가 다시 등장하면서 ‘김주애 후계설’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주애가 후계자로서가 아닌 프로파간다를 위한 전략 요소로 열병식에 등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0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전날 중계된 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 영상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의 딸 김주애의 다정한 모습들이 수차례 비쳤다.

김주애는 김 위원장의 옆에서 손을 잡고 걷거나, 열병식 중 김 위원장의 바로 곁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볼을 아무렇지 않게 쓰다듬기도 했다. 행진하는 군인들은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외치며 백두혈통 4세대인 김주애를 비롯한 김 위원장의 자녀들을 수호하겠단 각오를 드러냈다.

김주애가 북한 매체를 통해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이러한 김주애의 잦은 등장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의 해석은 엇갈렸다. 일각에선 “사실상 후계자 내정”으로 보는 반면, 한쪽에선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전략일 뿐 후계자 내정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협력센터장은 “북한은 2월 9일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 대해 보도하면서 김정은의 둘째 자녀 김주애에 대해 다시 ‘사랑하는 자제분’과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특별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김주애에 대한 이 같은 개인숭배 시작은 김주애가 아직 공식 ‘후계자’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또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딸 김주애를 조기에 후계자로 내정해 공개하는 것이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주애를 후계로 잡았다고 보는 건 위험한 접근”이라며 “북한과 같은 보수 사회에서 여성이 카리스마를 끌고 나가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김정은이 일종의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며 “원래는 잔혹한 지도자 느낌이었다면, ‘나도 한집의 가장이다, 나도 애를 사랑한다’는 식의 프로파간다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김주애의 잦은 등장을 북한의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선전 전략이라고 봤다. 박 교수는 “북한이 화성-17을 쏜 이유가 인민의 행복과 인민의 안녕과 후대의 행복이라고 얘기를 했다”며 “그렇다면 핵이라는 것이 후대에 대한 관념까지도, 후대에 대한 행복을 보장해 준다는 그런 선전을 하고 있는 건데 거기에 상징적인 의미로 김주애가 적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18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같은 달 26일 화성-17형 개발을 축하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새해 첫날에는 김 위원장과 탄도미사일 기지를 둘러보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열병식까지 합치면 김주애의 지난 4차례 등장 모두 김 위원장이 참석한 군 관련 일정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전날 “후계 구도는 이른 감이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