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KT 주주총회 앞두고 ‘스튜어트십코드’ 언급
투명성 제고 의도지만, 기업 “경쟁력 하락 우려”
[헤럴드경제=김현일·김성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가 주주로 있는 기업들,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들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를 주문한 가운데 ‘경영 비효율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표 연임이 논의되고 있는 KT나 전 정권에서 회장을 뽑은 포스코그룹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요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주주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재계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강화되면 정부의 입김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영 비효율성’이란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워원회의 ‘2023년 금융정책방향’ 보고 자리에서 “공기업이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잘 작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그 절차와 방식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기업을 민영화한 것은 정부가 일일이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이렇게 한 것”이라며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지배구조 속에서 경영진이 경영활동을 하게 되면 기업과 우리 사회의 비용과 수익을 서로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오는 3월 KT가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이어서 더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 9.95%를 보유하고 있는 KT, 8.5%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은 정권이 바뀔 때면 최고경영진이 경영권을 내려놓는 ‘흑역사’를 반복해왔다. 구 대표는 문재인 정권기이던 지난 2020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회장직에 올랐다.
현재 KT 지분 9.9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구 대표의 연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구 대표를 따르는 우호 지분도 많다. 2020년 3월 30일 구 대표 취임 당시 2만원을 넘지 못했던 KT 주가는 내부 혁신과 실적 호조로 4만원대까지 넘보고 있다. KT 시가총액은 2013년 6월 이후 9년여 만인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을 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해도 소액주주와 우호 주주들은 주가와 실적을 고려해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연임에 성공한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은 정권이 교체되면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앞서 박태준 초대 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불화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황경노·정명식 회장도 연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뒤를 이은 김만제 회장, 유상부 회장, 이구택 회장도 정부 출범 직후 중도 사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 때 취임한 정준양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자진사퇴, 박근혜 정부 때 회장에 오른 권오준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중도 하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이날 회의가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회의였던 만큼, 공식적으로는 산업계를 겨냥한 발언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권을 놓고 문제 삼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썩 좋은 결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산업계 관계자도 “스튜어트십 코드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계 인사가 경영에 참여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사회적인 책임이 강조된다는 점에서는 일부 긍정적일 수 있으나, 기업 경영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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