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주거환경 감수하고 버티기 택했지만

시장 침체·불확실성 겹치며 장점 줄어들어

서울 구축아파트 매매가격지수 96.2로 '뚝'

전문가 “부동산 하락장에 유입 줄어들 것”

복도엔 고드름·40만원 관리비…노후 아파트 영끌 '몸테크족' 비명[부동산360]
한 아파트 복도 계단에 매달린 고드름.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 노원구의 한 구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새삼 '몸테크'가 만만치 않다 느끼며 집에서도 몇 겹씩 껴입고 있다. 지난달 난방비 등 관리비가 총 40만원을 넘긴 것. A씨는 "지인과 비교해 보니 단열이 잘 되는 더 넓은 신축 아파트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며 "가뜩이나 집값도 안 좋은데 신축 전세로 들어간 지인이 부러워졌다"고 말했다. 강북의 또 다른 한 구축 단지에 사는 B씨는 최근 복도 계단 쪽에 주르륵 매달린 고드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심한 외풍에 동파까지 겹쳐 고드름이 열리고, 바닥이 언 것 같다"며 "새삼 몸테크의 어려움이 와닿았다"고 전했다.

최근 영끌 몸테크족(몸+재테크)들이 유독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향후 재건축·재개발, 인근 개발 호재 등을 통한 집값 상승을 바라보며 낡은 집 실거주를 감수했다. 특히 부동산 불장에는 이런 열풍이 더해지며 노후 단지가 몰린 강북권 중저가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에 찬바람이 불며, 불편한 주거환경에 더해 시장 침체까지 겹쳐 이중고에 빠진 상황이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는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모두 하락했지만, 지은지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서울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기준 105.1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내리다가 하반기 들어 하락세가 빨라져, 11월에 100선이 무너졌다. 11월 기준 99.4, 12월 기준 96.2를 각각 기록했다. 연초 대비 연말까지 8.9포인트(p)나 떨어진 셈이다. 서울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기준 103.5에서 12월 96으로 7.5p 하락했다.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작년 이전까지만 해도 몸테크 열풍 현상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2021년 4월 말 주요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압구정동·여의도동·성수동·목동 일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후에도, 해당 지역 중 상대적으로 시세가 낮은 목동 신시가지 단지에서는 바로 다음 달 실거래가 잇따라 규제에도 몸테크족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해 10월에는 서울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2433건으로 아파트(1223건)의 2배 수준이었는데, 당시 강경 규제에 아파트 분양과 매매는 어려우니 빌라 재개발을 노리는 몸테크족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노후화된 주거 환경에 시장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버티기' 난이도는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무더기 재건축 판정에 더 이상 안전진단 통과가 집값을 들썩이지 못하고, 공사비와 금리 인상이란 돌발 변수까지 신경쓰게 된 것이다. 재건축에 뒤늦게 나선 단지의 경우 오히려 하락 거래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몸테크 중인 집에 세를 주고 갭투자로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고금리에 전세 수요는 줄어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고, 전셋값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20년 초과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기준 103.7에서 12월 기준 92.7로 10p 이상 급락했다.

이러다 보니 한동안 몸테크족 유입은 잠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 "아파트 가격 상승 시기에는 몸테크에 뛰어드는 이들이 상당했지만 시장 하락기에는 당분간 그런 현상이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추가로 몸테크를 하려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가 인하로 돌아서는 등 시장 상황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투자 가치가 큰 지역에서는 몸테크족 유입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실수요자 위주 시장에서는 신축이 거주가 편리해 수요가 높다"면서도 "다만 지역별로는 (몸테크족 수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 폭과 미래 가치가 좀 더 크다고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지속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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