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주소현 기자] 간단한 질문 하나. 하루에 쏟아지는 배달 쓰레기는 몇 개나 될까?
질문은 간단한데, 답은 알 수가 없다. 정부나 업계가 발표한 그 어떤 통계치로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배달은 진화하며 쓰레기도 진화한다. 자장면 정도나 배달했던 때라면 그나마 간단하다. 이젠 회, 디저트, 떡볶이, 족발, 배달되지 않는 음식이 없다. 메뉴가 다양하니 쏟아지는 쓰레기도 천차만별. 그리고 대부분은 얼마나 쓰레기를 배출하는지 인식도 못 한 채 그냥 버려진다.
실제 배달 음식을 사용한 이들에게 한번 쓰레기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순댓국과 순대볶음을 시킨 결과물이다. 일단 순댓국과 순대볶음이 담긴 플라스틱 트레이, 뚜껑이 있다. 그리고 양파, 깍두기, 단무지, 양념장, 고추, 새우젓, 밥 등이 다 따로 담긴다. 여기에 이 음식들을 담은 비닐까지. 총 20개의 쓰레기가 나왔다. “일회용 수저와 젓가락은 사양한다”고 주문했으니 그나마 쓰레기가 줄었다.
다음은 회. 플라스틱 접시, 비닐 랩, 고추, 보냉팩, 초고추장, 쌈장, 고추냉이. 그리고 물고기 모양의 일회용 간장까지(이건 깨끗이 쓸 수도, 씻을 수도 없다). 14개가 나왔다.
피자도 ‘피자 삼발이’라 불리는 피자세이버부터 치즈, 피클, 핫소스, 토핑까지 10개 이상이 나왔고, 곱창볶음 역시 쌈장, 고추, 상추, 양념장, 비닐 등 11개의 쓰레기가 쏟아졌다.
이에 비하면 그나마 자장면은 양반(?)이다. 춘장과 양파, 단무지를 한 개 스티로폼 트레이에 담는 게 ‘국룰’이니, 쓰레기도 상대적으로 단출했다. 자장면과 짬뽕 등을 시켜 7개의 쓰레기가 나왔다.
이를 포함, 10여개 메뉴를 직접 확인해보니, 대부분 메뉴에서 쓰레기는 기본 10개 이상씩은 배출됐다. 족발, 회, 순댓국 등 사이드 메뉴가 많을수록 쓰레기는 늘었다. 왜 굳이 다 따로 담아야 할까.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선 당연히 한 곳에 담아주면 쓰레기도 줄고 비용도 줄일 수 있겠지만, 고객들의 항의가 쏟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설 연휴인 지난 22일 하루에만 457만명이 이용했다. 이는 그나마 적은 편에 속한다. 많게는 하루 625만명(작년 11월 24일 기준)에 이른다. 배달 한 개 당 10개 쓰레기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하루에만 6250만개의 배달 쓰레기가 쏟아지는 셈이다. 최근 한 달 사용자 수는 대략 2000만명. 한 달엔 2억개 쓰레기다.
배달 쓰레기는 대부분 소각장 행이다. 재활용으로 분리배출하더라도 깨끗하게 세척하지 않는 한 결국 선별장에서 폐기 처분한다. 그리고 대부분 배달 쓰레기는 씻지 않고서 버려진다. 평소 배달 음식을 즐긴다는 직장인 박모(37) 씨는 “사실 씻어서 버린 적이 없다”며 “재활용 분리배출만 하면 되는 걸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서초구, 서대문구 등 일부 지역에 한해 배달 앱에서 다회용기 주문을 시행하고 있지만, 규모는 전체 배출량에 비해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작년 11월 기준 한 달 이용 건수는 6000여건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척 등이 아닌 배달 음식 자체를 줄이는 데에 있다. 불가피하다면 배출되는 쓰레기를 절감하는 데에 기업이 마땅히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회용기 서비스 지역을 대폭 확대하거나, 배달 서비스 기업에서 쓰레기 절감·수거 시스템까지 구축하는 식이다.
배달 쓰레기를 절감하기 위한 제도화도 시급하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연휴 직후 재활용센터를 방문, “과도하게 배출되고 있는 재활용 쓰레기 문제는 더는 덮어놓고 모른 척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정작 국회에선 쓰레기 절감 대책과 관련, 심도 있는 입법화 논의가 부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