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영장없는 통신자료 제공 등에 제동
과기정통부 장관에 “법원 허가 받도록 법 개정하라” 권고
공수처·검찰·경찰엔 “법개정 전이라도 통제 절차 마련하라”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특정인의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사후에 이를 통지하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이므로 관련 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30일 나왔다. 인권위는 공수처와 검찰, 경찰 등을 향해서는 법 개정 전이라도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대한 통제 절차를 갖춘 매뉴얼을 갖추라고도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 같은 권고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경찰 등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조회하며 이를 통지하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공수처와 검찰, 경찰 등 피진정인들은 “내사 및 수사상 필요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문서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해 피해자 정보를 확보한 것이고, 이는 임의수사일 뿐만 아니라 위 법에서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이라고 소명했다.
인권위는 이에 “국민의 개인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수사기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개인 정보를 파악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사와 수사관 등이 수사 목적을 위해 피해자들의 통신자료를 영장 없이 광범위하게 요청하고 취득하면서 당사자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행위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헌법 제17조와 제18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며,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인권위는 “다만 이러한 행위는 검사와 수사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른 것”이라며 “통신자료 취득 남발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통신 비밀 보장을 위해 법률 개정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인권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의 개정 시 통신자료 요청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이용자에 대한 통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적절한 통제 절차를 마련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라”고 권고했고, 공수처장·검찰총장·경찰청장에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 절차를 갖도록 관련 매뉴얼이나 지침 등을 제·개정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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