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중국인이 감기약 10통을 한 번에 사간 경우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5일 오전 기자와 만나 “감기가 유행하는 시즌임을 감안하더라도, 한번에 감기약을 여러 통씩 사가는 중국인들이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감기약 수요가 늘어 감기약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달 들어 감기약을 못 팔고 있다는 약국도 있다. 감기약 품귀 현상은 중국인이 국내 코로나19 확산세에 대비해 감기약을 미리 구매하거나, 현지에 감기약을 보내려는 등의 목적이다. 특히 최근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독감약 수요까지 폭증했다.
감기약의 대표격인 타이레놀은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지만 들어오자마자 일주일 만에 동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국인이 주로 찾는 구로구 소재 약국 관계자 B씨는 “타이레놀 공급 자체가 저조해 200개 물량 한 박스가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들어올 때도 있다”며 “그래도 들어오면 손님마다 2~3개씩 사가 금방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약사 C씨 역시 “타이레놀 수급이 불안정해, 인당 3일치 판매수량 제한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남대문 소재 한 약국 관계자는 “감기약을 몇 개까지 살 수 있냐고 물어보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대한약사회가 감기약 수량제한 캠페인 역시 권고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D씨는 “감기약 판매수량 제한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감기약을) 대량으로 사간다고 하면 많이 파는 것을 사실 누가 마다하겠느냐”고 했다.
국내 감기약 품귀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자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30일부터 감기약 등 호흡기 관련 의약품을 최대 5일분까지만 구매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감기약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약국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늘고 있다. 종로구 소재 약사 E씨는 “하루에 최대 손님 20명씩은 감기약을 찾는데, 이번 달 들어 감기약은 내내 품절 상태”라고 했다. F씨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정돈 감기약이 없어서 팔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약국에 가장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감기약이 없다고 하니 난감해하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25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통계 발표를 중단한 상태이나, 국내에선 코로나19 해외유입 확진자 중 중국발 입국자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시작한 지난 3일 해외유입 확진자 172명 중 76%(131명)이 중국발 확진자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도 이날부터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기에 탑승하는 모든 내·외국인들에 대해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박혜원·김영철·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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