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 판정 ‘구멍’이었나
검찰, 브로커에서 뇌전증까지 폭넓게 확인
추가 브로커, 면탈자 적발 가능성도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검찰과 병무청이 합동 수사 중인 병역비리 사건 수사가 ‘뇌전증’ 판정 전반으로 확대된다. 기존에는 기소되거나 수사 중인 브로커들 위주로 수사가 진행됐다. 이처럼 수사 방향이 확대되면서 추가로 브로커와 면탈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5일 검찰 관계자는 “의학적 한계로 ‘뇌전증’ 판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어 뇌전증 관련 문제점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폭넓게 확인 중”이라며 “추가 브로커나 면탈자가 확인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브로커 구모(46)씨와 연관된 행정사나 접촉한 의뢰인이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면, 수사 방향을 뇌전증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브로커와 면탈자는 물론 뇌전증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준 의사 등도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
뇌전증은 이른바 ‘간질’로 불리는 질병이다. 병역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병사용 진단서, 의무기록지 등 관련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구씨는 뇌전증이 평소 눈에 잘 드러나지 않고 수치를 측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병역 면탈에 활용했다. 진단 자체도 쉽지 않다. 뇌파 검사를 거치지만 뇌전증파가 나오지 않아도 뇌전증이라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뇌전증 환자의 30~40% 가량은 처음 시행한 뇌파 검사 결과 뇌전증 음성으로 뜬다.
뇌전증 판정 이후 병역을 면제받거나 보충역, 전시근로역으로 복무한 이들이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병역판정검사 결과 뇌전증으로 6급 판정을 받아 면제된 사람은 8명이다. 같은 기간 4급(전시근로역 또는 보충역)과 5급(전시근로역)으로 판정받은 사람은 각각 196명, 3248명이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21일 병역 면탈 브로커 구모씨(46)를 병역법위반죄로 구속기소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12월 초 병무청과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현재 또 다른 브로커 김씨도 수사 중이다. 이들은 병역 전문 행정사로 온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을 허위로 진단받는 수법을 통해 병역 면탈을 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관련된 수사 대상만 7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해 12월 “공평하게 이행돼야 할 병역 의무를 면탈한 병역기피자와 ‘검은 돈’으로 병역 의무를 오염시킨 브로커,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엄정히 수사하라”며 합동 수사팀 확대를 지시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