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 분석
美와 FTA 맺지 않은 국가 원료로 국내서 제조해도 IRA 세제 혜택 받을 길 열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백서에 담긴 2자전기 관련 세부 규정들이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투자비 부담 경감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리포트를 통해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과 ‘배터리 부품(Battery component)’의 정의 변경이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투자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IRA는 친환경차(Clean vehicle)의 정의를 ▷바퀴 4개 ▷1만4000파운드(약 6.3t) 이하 무게 ▷배터리 용량 7㎾h(킬로와트시) 이상으로 규정했다. 또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의 하위 규정이 확정되는 3월 이전까지 7500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조건부로 지급할 계획이다.
주 연구원은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 중 17㎾h 이상의 배터리 용량이 탑재된 경우 세제 혜택 최고액 7500달러를 모두 받을 수 있다”며 “순수전기차의 배터리 탑재용량이 평균 60㎾h임을 감안하면 대부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각각 3750달러 상당의 세제 혜택이 제공되는 핵심 광물·배터리 부품 조건 확정을 위한 각각의 정의 변경 내용에 대해 주 연구원은 국내 소재 업체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짚었다.
주 연구원은 “핵심 광물의 경우 기존엔 순도 99% 이상의 알루미늄, 코발트, 리튬, 니켈 등 전통적인 광물로 국한했으나 이번 백서에서는 전구체, 양극재, 음극재, 집전체, 바인더, 전해액염, 전해액 첨가제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며 “미국 혹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하는 조건 역시 부합하지 않더라도 미국 혹은 FTA 체결국 내에서 가공을 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서 채굴·가공한 니켈을 FTA 체결국인 한국으로 가져와 부가가치를 높인 경우에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주 연구원은 “소재 업체들의 투자 부담과 광물 조달 부담이 기존 예상대비 완화될 것”이라며 “특히 단기 투자 부담이 가장 컸던 양극재 업체들의 투자비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배터리 소재 정의의 경우에도 보다 포괄적으로 변경됐다고 주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이미 양극전극, 음극전극, 셀, 모듈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국내 업체 입장에선 북미 진출과 동시에 해당 부품들에 대한 가치 비중은 기본으로 깔고 갈 수 있게 됐다”며 “전해액과 분리막만 북미 현지화한다면 요구조건을 100%도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