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절벽에 다음 세입자 못구해

대출 이자 대납하며 붙잡기까지

#. 경기도에 사는 집주인 A씨(30)는 전세 계약 만료를 6개월 앞두고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 때문이다. 현재 세입자와 계약하던 2년 전에는 전세 보증금이 2억 6000만원이었지만, 최근 시세가 2억원까지 떨어졌다. 다음 세입자에게 2억원의 보증금을 받아 현재 세입자에게 돌려주더라도, 6000만원이 부족한 상황. A씨는 “혹시 보증금 사고가 날까봐 미리 알아보는 중인데 가장 낮은 금리가 4.7%다. 내년에 집값이 더 떨어지면 대출금도 많아질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인 전셋값 하락과 거래 절벽에 집주인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대출 금리가 6~7%까지 치솟으면서 다음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세입자가 있어도 문제다. 전셋값이 적게는 수천만원~많게는 수억원씩 떨어지면서 하락분을 메울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이 10% 하락할 경우 집주인 10명 중 1명은 금융자산 처분과 함께 대출을 통해 보증금 감소분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실은 더 했다. 전셋값이 수억원씩 떨어지면서 보증금 반환 압박도 커졌다. 서울 마포구의 공인중개사 A씨(62)는 “거래를 중개한 아파트 1곳당 1~2명 정도 돈 빌리는 집주인이 나오고 있다”며 “9억원 하던 전셋값이 7억원까지 떨어졌는데, 세입자들은 당장 소송을 걸겠다고 하니 집주인들이 손을 벌리느라 동분서주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55)는 “‘무자본 갭투자자’가 아니라도 최근 전셋값이 급락해 고민인 집주인이 많다. 전셋값을 기존보다 2000만원씩 낮춰도 집이 안 나간다”고 말했다.

수도권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구에서 20년 넘게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C씨(60대)는 “2년 전에 5억원에 달하던 신축 아파트 전세값이 3억원까지 떨어졌다. 여러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러 돈을 꾸러 다닌다”고 말했다.

세입자를 조금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 대출 이자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 거주 중인 임대사업자 D씨(48세)는 세입자의 퇴거를 20일 미루기 위해 전세 대출 이자와 관리비 100만원 가량을 대신 내주기로 했다. 김씨는 “두달 전부터 다음 세입자를 찾았지만 결국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보증금 마련을 위해 일단 퇴거를 최대한 미룬 상황”이라고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이와관련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보증금 반환을 위해 대출을 받겠다는 사람들까지 막을 이유는 없다”며 “임대인은 물론 임차인(세입자)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대출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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