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마을 인덕원 대우 전용 84㎡ 지난달 4.2억 매매
지난해 8월 12.4억 신고가 매매
집값하락기 틈타 우회적인 절세방안 찾은 듯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시중의 전세가격보다 8000만원이나 싼 가격에 매매거래된 깡통아파트가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에서 나와 주목된다. 중개인을 끼지 않는 방식으로 직거래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 만큼 집값 하락기를 틈탄 우회적인 절세 매매로 추정된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 푸른마을 인덕원 대우 전용 84㎡는 지난달 4억 2000만원에 직거래됐다. 이는 3.3㎡당 10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특히 과거 고가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급락한 가격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8월 신고가 12억 4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8억 2000만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또 이는 매매 거래된 같은달 전세가 5억원보다도 8000만원이나 낮은 가격이다.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등에 따른 거래절벽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가 본격화면서 GTX 노선 기대감으로 집값이 치솟던 인덕원 주택 시장이 프리미엄(웃돈)을 반납하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분의 1토막 수준은 아니지만 인덕원에서는 최근 가격이 크게 떨어진 단지가 여럿 나오고 있다.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84㎡도 지난해 6월 16억 3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던 것이 지난달에는 10억 8000만원에 5억 5000만원 떨어진 가격으로 손바뀜 된 바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직거래 사례들을 모두 ‘증여성 거래’라고 단정짓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가격 내림폭이 상대적으로 큰 거래건은 친족간 증여 목적이 짙다고 분석한다. 거액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주택 처분이 필요한 다주택자 입장에선 ‘급매로 처분하는 대신낮은 가격으로 증여하겠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현행법상 시가와 거래대가의 차액이 시세의 30% 또는 3억원보다 낮으면 정상매매로 인정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 급매가보다 3억원가량 낮은 금액에 이뤄지는 직거래는 편법 증여 목적이 다분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는 17.8%(3306건)를 차지해 전년 같은 기간(8.4%)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전국의 아파트 거래 중 특수관계인 간 이상 고·저가 직거래에 대한 고강도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대상은 작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다. 내년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단계별로 시행하겠단 계획이다.
국토부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를 발표하고, 편법증여·명의신탁 등 위법의심행위에 대해선 국세청,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