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도주보다 증거 인멸 초점
이임재·박성민 신병확보 시도할 듯
최성범 용산소방서장도 거론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은 이들부터 구속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 관계자는 29일 “피의자들이 대부분 공무원 신분이어서 도주 우려는 적다고 판단된다”며 “반면 일부 피의자는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어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주보다는 증거 인멸 우려에 무게를 두고 피의자 구속 영장을 신청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도 “구속 사유에는 도주 우려뿐만 아니라 증거 인멸 우려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혐의를 적극 부인하는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박성민(55)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 등이 구속영장 우선 검토 대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임재 전 서장이 우선 구속영장 대상으로 꼽힌다. 이 전 서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다.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 참사 발생 50분 뒤에서야 현장에 도착해 늑장 대응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전 서장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서울청 주무 부서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지만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다”며 안전조치 책임을 김광호(58) 서울경찰청장에게 돌렸다. 직무유기 혐의와 관련해서는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이 오후 11시”라고 말했다. 보고를 늦게 받았을 뿐 고의로 직무를 저버린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특수본은 용산서가 서울청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는지를 뒷받침할 진술이나 자료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상황보고 조작 자체가 사실상 증거인멸 시도에 해당하는 만큼 구속 사유는 충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성민 경무관 등 핼러윈 위험분석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 연루 경찰관들도 구속영장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혐의를 받는 피의자 모두 3명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들이 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신병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 경무관은 참사 이후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과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수본은 그가 일반적인 규정 준수가 아닌 특정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이같이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에게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박 경무관은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박 경무관의 지시로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김모(51) 경정과 용산경찰서 정보과 직원도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최성범 서장도 신병확보 대상으로 거론된다. 참사 직후 대응 2단계를 늦게 발령하는 등 부실한 대처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특수본은 10명 이상 인명피해가 발생 시 대응 2단계를 발령할 책무가 있는데도 최 서장이 이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참사 당일 핼러윈 축제 대비 편성 안전근무조가 지정된 근무지인 해밀톤호텔 앞을 벗어난 정황도 확인했다. 특수본은 당시 안전근무 책임관이었던 최 서장에게 감독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최 서장은 구조·구급활동에 몰두하느라 대응 2단계를 직접 발령하지 못했고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발령한 대응 2단계가 늦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안전근무 역시 순찰과 마찬가지로 지정된 장소를 내내 지키는 방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park.jiye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