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랑, 이만나 개인전 ‘더이상 거기에 없는 풍경’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터널 위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장막은 곧 이곳의 풍경이 바뀔 것이라는 예고다. 아무것도 없던 터널 위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그저 낮은 산등성이 였을 것이다. 산자락에 얼기설기 판자집이 세워지고, 몇 차례 도시정비가 있었을테고 이후엔 ‘양옥집’들이 들어섰을 것이다. 그러다 1980년에 도심으로 가기 위한 터널이 뚤렸다. 터널 위 마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시작된 ‘재건축’, ‘재개발’은 몇 번의 계절과 함께 신축 아파트로 돌아올 것이다.
서울은 변화가 빠른 도시다. 이만나(51) 작가는 조심스럽게 과거를 소환한다. 실제 풍경이지만 더이상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풍경, 그 안에 속도전으로 변해버린 한국사회의 이면을 담아낸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더이상 거기에 없는 풍경’은 지난 수십년간 우리가 날마다 보아온 풍경들이다. 불과 몇 년사이 이미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더 기이한 경험이다.
작가의 시선은 국립현대미술관 뒤편의 낡은 담벼락, 2층 양옥집들이 빼곡하던 한강변의 풍경, 마을 뒷산으로 향한다. 기억 속 풍경은 과거의 추억도 함께 불러온다. 갤러리측은 “시간의 축적과 역사가 그냥 퇴색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라며 “초고속으로 빠른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현시대, 지나쳐 버리거나 잊고 지내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고 설명한다.
캔버스에 오일로 그려낸 풍경은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시간 외엔 작품활동에만 전념한다. 섬세한 붓놀림으로 완성했음이 분명한 그림은 작가의 구도자적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작가는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에, 지켜주지 못하는 것들에 따뜻한 시선이나마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며 “여전히 이행(移行) 중이어서 낯선, 영속적이지 않아서 아름다운 우리의 풍경을 위한 헌시”라고 전했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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