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체험을 갈 때면 드는 생각이 있다. 내 주머니에서 돈을 내 먹이를 사고, 내가 직접 먹이를 주며, 그 먹이를 먹고 동물은 무럭무럭 자란다. 목장 주인 입장에선, 돈을 내면서까지 내 동물을 키워주는 고객들이 있다. 곱씹을수록 매력적인 사업 모델이다.

목장체험이 다시금 떠올랐던 배경은 동남아 산림 취재에서다. 원래 취재 의도는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이 동남아 지역의 열대우림 파괴 현장을 확인하는 데에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분명 산림 파괴 책임이 무거웠다. 예상했던 바를 확인했다면, 예상치 못한 바를 깨달은 점도 있다. 이 대목에서 목장체험이 상기된다. 이젠 나무를 베는 것보다 나무를 지키는 게 더 ‘돈’ 되는 시대가 왔다. 동남아 정부도 과거처럼 불법까지 용인하며 산림을 파괴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까? 아니다. ‘돈’ 되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과 기업이 앞다퉈 동남아 산림 보호에 투자한다. 사회적 책임 때문일까? 결국은 ‘돈’이다.

이 같은 변화는 탄소중립에서 비롯된다. 세계 각국은 2030년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발등의 불이다. 방도는 크게 두 가지다. 자국 내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해외 사업 등으로 탄소배출량을 상쇄해야 한다. 전자는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다. 당장 용이한 건 후자다. 세계 각국이 해외로 눈을 돌린다. 탄소배출 상쇄 방안을 찾는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바로 동남아 산림이다. 기업도 상황은 유사하다. 지속가능경영을 담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레드 플러스(REDD+ ·개발도상국 산림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을 얻는 사업)’ 등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동남아 국가 입장으로 보자.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이 앞다퉈 산림 보호에 투자하고 싶다고 줄을 선다. 인도네시아 NDC 목표가 흥미롭다. 기본 목표치는 29% 감축이다. 또 다른 목표치가 있다. 국제사회가 투자하면 41% 감축까지 상향된다. 국제사회의 산림 보호 투자는 이미 전제돼 있다. 목장체험과 유사하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고객들이 내 산림을 보호하고 육성하고자 돈을 낸다. 목장 주인이 예전처럼 양과 소를 팔 이유가 없듯, 이들 국가도 나무를 굳이 베어낼 이유가 없다. 오히려 손해다.

동남아 국가가 세계 각국을 상대로 산림을 보호해달라고 호소하는 단계는 이미 구문이다. 오히려 주요 선진국과 기업이 산림 보호에 투자하고 싶다고 동남아 국가에 읍소하는 단계가 더 미래상에 가깝다.

현지 기업들도 이미 치열한 고민이 시작됐다. 벌채 가능 산림 지역을 합법적으로 확보했더라도, 과연 벌채로 더 이윤이 남을지 고민한다. 벌채 대신 탄소배출권 등으로 산림의 경제적 가치를 활용하려는 문의가 주요 정부 기관 및 단체에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 현지 관계자는 “한국에선 제대로 나무를 키우려면 최소 20년이 걸리지만, 인도네시아에선 6년이면 충분하다. 지금도 엄청난 경쟁력인데, 향후엔 얼마나 더 커질까”라고 반문했다.

반도체보다 숲이 더 돈 되는 시대, 자동차보다 산림자원이 더 경쟁력 있는 시대. 이미 세계 각국은 이 같은 이유로 동남아 산림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동남아 산림 가치에 제대로 눈 떠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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