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부담 분석’

기업 16.2조원, 가계 17.4조원 증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이 올 9월부터 내년 말까지 연간 33조6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에 걸려있는 대출 안내문. [연합]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이 올 9월부터 내년 말까지 연간 33조6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에 걸려있는 대출 안내문.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박병국 기자]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내년 말까지 기업과 가계의 대출 이자부담이 연간 33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3.0%인 기준금리를 3.5~3.7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간의 ‘빚 부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2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말까지 기업 이자부담 최소 16.2조 증가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부담 분석’에 따르면 한은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리인상에 취약한 한계기업은 내년 연말 이자부담액이 연 9조7000억원으로 지난 9월(연 5조원) 대비 94.0%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또 대출 연체율이 현재 0.27%에서 두 배 이상 오른 0.55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도도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액도 같은 기간 약 5조2000억원 증가해 자영업자(551만3000명) 가구당 평균 이자부담액은 연 94만3000원 늘어날 전망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경기둔화, 원자재가격 급등, 환율상승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까지 커지면서, 기업 재무여건이 크게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금융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타격에 이어 이자폭탄까지 맞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일 금리가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연간 이자부담도 내년말까지 5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박해묵 기자
연일 금리가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연간 이자부담도 내년말까지 5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박해묵 기자

가계대출 이자부담 17.4조 늘어…가구당 연 330만원 가량 증가

가계대출 연간 이자부담액도 같은 기간 최소 17조4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부채를 보유한 개별 1318만 가구로 나누면 연간 이자부담액은 약 132만원 증가하는 셈이다. 특히 다중채무자이거나 저소득·저신용 등 취약차주의 경우, 같은 기간 108만 가구에서 121만 가구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이자부담액도 가구당 약 330만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현재 0.56%에서 1.0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연은 최근 지속 중인 금리인상으로 이른바 ‘영끌’, ‘빚투’족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져 가계는 물론 금융기관 건전성까지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경연은 금리인상으로 차입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되고 한계기업의 부실위험이 커지면 소비둔화, 대출원리금 상환지연 등으로 이어지는 등 전체적인 금융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금리 부담에…보험사 약관대출 증가속도 10배 빨라져

이자 부담을 느낀 가계는 한 푼이라도 더 싼 대출 상품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실제 올 하반기 한은이 두 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등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자, 4%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보험사 약관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보험약관대출은 보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의 50~95%까지 빌릴 수 있는 대출이다. 10월 기준 3대 보험사들의 금리연동형 상품의 약관대출이율은 삼성생명 4.18%→4.52%, 한화생명 4.36%→4.54%, 교보생명 4.24%→4.57%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8%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가량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7월부터 현재까지 약관대출 잔액 규모는 전년대비 4% 가까이 증가했다”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출 규모가 폭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보험사 관계자 역시 “전년대비 1% 증가해 상승폭이 상반기보다 크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약관대출은 47조49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조23억원 보다 3.3%(1조4928억원) 증가했다. 코로나 펜데믹이 한창인 지난해에도 약관대출 잔액은 직전해에 비해 0.3% 증가하는데 그쳤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증가폭이 10배 확대된 셈이다.

보험약관대출이 4%대 대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을 공시이율에 더디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공시이율이 높을수록 해지환급금 등을 이유로 쌓아둬야 하는 적립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공시이율 인상을 꺼린다. 또 공시이율이 2~3개월치 국채 금리 평균 등을 포함해 기준금리 상승이 즉각 반영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앞으로도 은행 대출보다 금리 인상 반영이 덜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약관대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등 대형 보험사들이 신용대출심사를 엄격히 하겠다고 하면서,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별도의 심사 절차가 없는 약관대출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인상으로 약관대출에 대출수요가 몰리는 것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