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라인 해제 소식에 잇단 발길
골목 안쪽 상점은 아직 ‘영업중단’
환경미화원들 “쓰레기도 안 나와”
“혹시 생존자를 만날 수 있을까 해서요....”
‘이태원 참사’ 당시 심정지 환자 수십명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던 김모(18)군은 5번째 현장을 찾았다.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쳐져 있던 폴리스라인이 걷혔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김군을 이끈 건 연락처도 모른 채 헤어졌던 당일의 생존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그는 “워낙 많은 이들을 정신없이 도왔다보니 생사조차 알지 못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당일 김군이 이태원역 일대에서 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구를 맺었던 이들 중엔 현재까지 게시글 업로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불안한 마음뿐이다.
참사 골목 폴리스라인이 해제된 지 5일째인 16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시민들은 평일까지 현장을 찾은 각자의 이유를 털어놨다. 길이 45m, 폭 4m 안팎의 골목은 경찰이 청소와 방역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당일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골목 초입에서 몇 걸음 들어가면 급격하게 경사가 가팔라지는 구간이 나온다. 희생자 대부분이 발생한 지점이다. 이곳 바로 옆에 위치한 클럽의 간판은 반쯤 떨어져난 채, 손톱자국만이 남아있었다. 해당 클럽을 포함해 편의점, 술집 등 골목 안쪽의 상점들은 이날까지 문을 열지 않았다. 잡화점 내부에 있던 한 상인은 “청소만 하러 나온 거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대학생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날은 각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모여 현장을 찾기도 했다. 김상엽(23·단국대 사학과)와 박영훈(25·총신대 역사교육과), 심기엽(24·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씨는 해밀톤호텔 비상문 앞에 한참 머물렀다.
비상문엔 당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김씨는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왔다”며 “비상문만 열어줬더라도, 상가 창고만 활용했더라도 몇 명은 더 구조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씨는 “직접 와보니 골목이 생각보다 가팔라 언제든 사고가 나겠다고 생각될 정도”라며 “(세월호에 이어) 대형참사가 계속 발생해도 (사고예방 등의)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역 인근에 거주하는 이하은(38)씨는 전날 시민언론을 통해 공개된 희생자 명단을 본 뒤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1시간가량 지하철을 타고 이곳까지 왔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인근에 살며 주말마다 이태원을 찾곤 했다는 이씨는 “참사가 남일 같지 않다”고 했다.
환경미화원들 역시 참사 전후의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바닥을 쓸고 있던 강동호(55)씨는 “사람이 워낙 없으니 쓰레기는 10분의 1로 줄었지만 좋지만은 않다”며 “분위기가 흉흉한데 사람들이 오겠느냐, 상인들이 안됐다”고 말했다. 12년차 환경미화원 홍모(67)씨 역시 “(사고 이후로는) 주말에도 마치 평일처럼 한산해 쓸쓸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13일로 운영을 종료한 유실물센터의 미반환 유실품 300여점이 용산경찰서 서고로 이관됐다. 경찰은 통제구역에서 유실품 250여점을 추가로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제 현장 인근 하수구에서 주로 발견된 것으로, 화장품이나 단추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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