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까지 ‘스페이스 심포니’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개최
뿌옇게 가스가 가득찬 공간이다. 흐린듯 낮은 조명에 안개, 혹은 비행기를 타다 만나는 구름 속 같기도 하다. 벽엔 번쩍 하는 빛이 지나간다. 불규칙한 막대 모양의 플라스크 속으로 플라즈마가 내는 빛이다. 만져보면 손에 빛이 감긴다. 올림푸스의 신,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번개를 손 안에 넣고 자유자재로 움직이자, 절대신이 된 것 같다.
도쿄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AA무라카미(아즈사 무라카미·알렉스 그로브스)의 신작 ‘부유하는 세계-새벽의 입자들(Floating World-Dawn Particles)’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폐쇄된 공간에서 자연 현상을 일으켜, 관객에게 몰입적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인간이 구축한 환경과 자연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오차까지 계산해 완벽하게 컨트롤한 공간에서 자연 현상을 인공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 과연 인간은 자연까지도 인공으로 포섭할 수 있는 것일까.
아트테인먼트 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의 예술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는 내년 3월 26일까지 약 5개월간 공간을 주제로 한 전시 ‘스페이스 심포니’를 개최한다. 공간이 전시 주제로 잡힌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격리와 대면 최소화 정책 속에서 가상세계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로 무뎌진 감각을 회복하고자 기획됐다. ‘흩어진 공간’, ‘뒤섞인 공간’, ‘흐르는 공간’, ‘확장된 공간’ 등 4가지 컨섭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정정주, 서민정, 양민하, 민예은, 박상희, 오마키 신지, 카도 분페이, 쿤 반 덴 브룩, AA무라카미 등 9명(팀)이 참여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마주하는 것은 ‘흩어진 공간’의 서민정 작품이다. 파라다이스시티 주차장 옆 가건물 창고를 스티로폼으로 똑같이 본 떠 만든 뒤, 폭발하듯 해체 설치한 작품이다. 안과 밖, 순간과 영원이 구분없이 펼쳐진다. 양민하는 키네틱 오브제 내부로부터 발산하는 빛의 변화를 알고리즘으로 변환한 실시간 영상으로 투사한다.
‘뒤섞인 공간’엔 카도 분페이의 작업이 선보인다. 먼 미래 지구가 멸망하면, 인류가 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까? 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캔에 든 집과 푸른 초원, 산소를 공급받는 나무는 과학적으론 불가능한 슬픈 판타지다. 정정주의 건물, 민예은의 키네틱은 시공의 충돌과 낯설게 하기로 공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층에서는 ‘흐르는 공간’이 펼쳐진다. 번개를 부리는 AA무라카미, 어둠속에 부유하는 천의 움직임으로 공기와 빛, 바람을 표현한 오마키 신지의 작업이 자리잡았다. 바람을 타고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천의 모양을 보고 있으면 시공의 흐름이 일시 정지 한 듯, 외부의 그것과 달리 흐르는 듯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확장된 공간’에서는 박상희의 점, 선, 면으로 표현된 납작한 공간과 쿤 반 덴 부룩의 기하학적 공간이 관객의 해석에따라 확장하고 또 소멸한다.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은 “디지털 콘텐츠에 기대지 않고 현실감각에 집중하는 전시”라며 “작가들의 예술적 변주로 고정된 틀을 깨고 실재하는 공간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