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된 이래로 양복 왼쪽 깃에 항상 반짝이는 배지를 달고 다닌다. 변호사 배지를 달고 다니면 법원이나 구치소 등을 출입할 때 일반인과 구별돼 대접도 받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무슨 배지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는 모양이 비슷해서인지 국회의원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은 단박에 변호사냐고 말하는 사람이 늘었다. 드라마나 영화에 배지를 단 변호사가 많이 등장하다 보니 알려지게 된 것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흥행몰이를 한 후 최근에는 ‘천원짜리 변호사’가 장안의 화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환상적인 케미, 뻔한 것 같으면서도 신선한 스토리 전개,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변호사 등등 시청자가 공감할 흥행 요소가 듬뿍 담겨 있다.
바쁘다고 소문난 사람인데 설마라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까지 매회 빠짐없이 시청하고 있다. 직업병인지 필자의 눈에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낸 요인으로 다른 것이 보인다. 바로 수임료 1천원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가 현재 3만 2000명이 넘는데도 아직도 많은 국민은 비싼 수임료 때문에 변호사 사무실 문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한때 로스쿨이 도입되면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고 그러면 저절로 수임료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현실은 변호사 급여만 낮아지고 수임료는 과거와 크게 차이가 없다. 여전히 수임료로 1천원이 아니라 1천만원을 예사롭게 부르는 변호사 사무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낮은 수임료로 변호사를 홍보해주는 플랫폼에 국민이 관심을 두게 되었다.
현재 대한변협과 변호사 플랫폼인 로톡 간에 헌법소송을 비롯해 민·형사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변협은 로톡 가입 회원들을 징계하고, 로톡은 협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원들을 형사 고소하는 등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법원의 결정도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국민이 선택하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막 입는 몇 천원짜리 옷과 수천만원짜리 고가의 명품옷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본인의 경제력이나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변호사시장 역시 다르지 않다. 모든 변호사의 수임료가 절대 같을 수 없다. 전문성과 경력 그리고 본인의 가치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가 합쳐져서 수임료가 결정된다. 의뢰인은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관건은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유익한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방법의 마련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신이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다.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맞춤형 변호사를 연결시켜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변호사시장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높은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도 있고, 공익활동에 전념하며 소수자와 약자를 위해 무료 변론을 하는 변호사도 있고, 무한 경쟁을 하면서 성실함과 좋은 결과로 승부하는 변호사도 있다.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사회는 전관이라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고액을 요구하거나 돈만 챙기고 불성실한 변론을 하는 변호사를 솎아내는 데에 집중하면 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얼마짜리 변호사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를 다시 보면서 생각해봐야겠다.
이찬희 율촌 고문변호사
dingd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