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는 지난 21일 코스피 시장에서 주가가 19.45%나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최근 기업 자금시장 경색에 따라 진에어가 진행 중인 영구채 발행에 차질이 빚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자본 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진에어의 상황은 항공업계가 마주친 고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각국의 방역 조치에 따른 이동 제한으로 항공업계는 2년 이상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최근에는 그나마 여객 수요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지만, 이번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환율과 금리가 문제가 됐다. 국내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들여올 때 이용하는 운용리스는 보통 달러로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환율 상승분은 그대로 항공사들의 외화환산손실로 이어진다. 높은 달러값에 여행객이 선뜻 해외여행에 나서지 못하는 점도 타격이다.
여객 수요 회복이 늦어질수록 항공사들은 자본 시장에 의존해야 한다. 실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저비용항공사(LCC) 등 항공업계는 제각각 수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영업손실을 메우면서 연명하고 있다.
그런데 항공업계의 유일한 동아줄 역할을 하는 기업 자금시장에 거대한 폭탄이 터졌다. 바로 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 거부다. 가장 신용도가 높아야 할 국공채에서 디폴트 상황이 벌어지자 공기업마저 회사채 시장에서 채권 발행에 실패하는 등 자금 경색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채비율이 1000%에 육박하고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항공업계가 채권을 차환발행하거나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튼튼한 모기업이 없는 LCC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항공업계에 대한 추가 지원에 소극적이다. 여기에 이달 부로 그동안 항공업계 숨통을 틔워줬던 고용유지지원금마저 중단된다.
항공업계에는 아직 기간산업안정기금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남아있다. 그러나 애초 40조원 규모로 조성됐던 기안기금은 약 8000억원만 지원된 채 10조원으로 축소됐다. 총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 수 300인 이상 기업이라는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정작 지원이 필요했던 LCC 등은 모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기안기금을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지금이라도 지원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항공업계가 다른 업종에 비해 코로나19 대응 지원을 많이 받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항공사들이 큰 희생을 감수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항공 여객 수요가 10분의 1 이하까지 줄었던 건 방역정책에 따라 항공당국이 슬롯(시간당 항공기 도착편수)과 커퓨(비행금지시간)를 제한하면서 인위적으로 이동을 막은 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항공업계가 위기를 뚫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구조조정이란 논리로 외면한다면 지난 2017년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해운 대란이 또다시 재연될지도 모른다.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