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핵심소재 대회전 예고
롯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임박
배터리 고용량화 위한 솔루션
롯데 편입시 세계 3위권 진입 공략
세계1위 SK넥실리스와 한판승부
中과 격차 위해서도 경쟁 불가피
롯데케미칼이 조만간 동박 제조기업 일진머티리얼즈에 대한 인수 계약서에 서명할 전망이다. 이르면 금주 중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재계 5위인 롯데 그룹이 2위인 SK 그룹과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롯데 편입시 보다 확충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설비 증설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인수 성사시 국내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이 모두 이차전지 산업에 공식 뛰어들게 되는 셈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허재명 사장이 운영하는 동박 제조업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PCB(인쇄회로기판)용 동박(copper foil)을 국내 최초 개발하는 등 이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원조 기업이다. 동박은 고도의 공정기술로 만든 두께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얇은 구리 막으로 배터리의 음극집전체에 사용된다. 얇으면 얇을수록 많은 음극 활물질을 담을 수 있어 배터리의 고용량화·경량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롯데케미칼은 허 사장이 보유한 지분 53.3%에 대한 매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수금액은 2조원 중후반대로 막판 최종 가격이 조율 중이다.
현재 세계 1위 동박업체는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글로벌 동박 생산량의 22%(작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다. SK넥실리스는 2020년 SKC가 인수한 KCFT가 전신이다.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4㎛ 두께의 초극박 동박을 1.4m 광폭에 세계 최장인 30㎞ 길이 롤로 양산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 7월에는 폴란드에 동박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총 9000억원을 투입, 연 생산능력 5만t 규모의 생산시설을 2024년 상반기까지 짓고, 같은해 하반기 본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SK넥실리스는 폴란드 공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한국과 말레이시아, 북미 등에서 연산 25만t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13%의 동박 점유율로 세계 4위(국내 2위)다. 2위인 중국의 왓슨(19%), 3위인 대만의 창춘(18%)과 5~6%포인트 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롯데케미칼로 흡수될 경우 3위권 진입이 1차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미 말레이시아와 유럽 공장에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는 새로 지은 3·4 공장이 풀가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스페인에도 5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준공 목표로 연산 2만5000t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진머티리얼즈는 2024년 말까지 13만t 가량의 캐파(생산능력) 확충이 가능해 보인다.
회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의 수주잔고는 10조원 이상으로 작년 매출액의 14배 이상의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초고강도 동박(ISS-T9)을 개발했다. 업계 최초로 90kgf/㎟(제곱밀리미터 당 킬로그램힘) 인장강도를 갖췄으며 일반 동박 인장강도의 3배 수준이다. 고강도 동박은 이차전지의 고용량화를 위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박은 얇을수록 음극물질 코팅양을 늘려 배터리 용량을 키울 수 있지만 공정상 불량 증가가 단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편, 중국 동박 업체들의 추격세가 심삼치 않다. ICC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 배터리용 동박 생산량은 3만1200t으로 작년 8월보다 125% 가량 증가했다. 지난달 항디안, 지아위안, 하이량 등 중국 동박 회사들은 신규 가동 및 대규모 증설 계획을 발표한 바도 있다. 중국 기업들과의 격차 확대를 위해서라도 SK·롯데 간 발전적 경쟁구도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이차전지용 동박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6배 이상 늘어난 10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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