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민정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2시간 만에 삭제

국어원 “디시 용어인 줄 몰랐다”…유희수단으로는 긍정적

[국립국어원 트위터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국립국어원 트위터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국립국어원이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진행한 온라인 행사에서 일명 ‘야민정음’을 소개했다. '댕댕이(멍멍이)'와 '커여워(귀여워)' 같은 온라인 용어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였지만, 이같은 언어 유희 현상을 야민정음으로 통칭한 점이 누리꾼들의 반발을 샀다.

논란의 게시물은 국립국어원이 지난달 중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글날 맞이 누리소통망 댓글 기획 행사'를 알리는 이미지로 올렸다.

국립국어원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특정 음절을 비슷한 모양의 다른 음절로 바꿔 쓰는 것을 '야민정음'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야민정음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며 댓글을 유도했다. 이어 '멍멍이→댕댕이', '광역시→팡역시', '귀여워→커여워', '명곡→띵곡'을 야민정음의 예시로 들었다.

행사가 시작하자마자 댓글에는 "국립국어원이 '야민정음'이라는 말을 써도 되나", "뜻을 알고 있는 게 맞나" 등 누리꾼의 뭇매가 쏟아졌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자 국립국어원은 2시간여 만에 게시글을 내렸다.

국립국어원을 비판한 누리꾼들은 야민정음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국내야구 갤러리를 뜻하는 '야갤'과 '훈민정음'을 합성한 말에서 유래한 점을 지적했다. 범 온라인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 유희 현상을 국립국어원이 나서서 정치색이 뚜렷한 특정 커뮤니티와 묶어 통칭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야민정음'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몰랐다가 누리꾼들의 지적을 통해 알게 됐고 행사를 중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이 단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더 면밀히 살피고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 등록돼 있던 '야민정음'도 잠정 삭제했다. 국립국어원은 "'우리말샘'이 언어 현상을 다양하게 반영하는 채널인 만큼 야민정음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고 보고 감수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놀이수단으로 자리 잡은 현상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다만 해당 현상을 어떤 말로 지칭할 것인지를 두고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우정 단국대 한문교육연구소장는 "언어를 고지식하게만 쓰지 않고 다양하게 즐기려 한다는 점에서 사회문화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이미 사회적으로 통용된다면 굳이 학술적인 용어로 바꿀 필요는 없지만 , 단어에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느낀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언어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유희 기능"이라면서도 "국립국어원이 더 섬세하게 야민정음의 유래를 알아보지 않은 게 아쉽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야민정음'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다른 표현으로 바꿔보자는 취지의 공고를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