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헌법재판소 결정 셋을 꼽자면 흔히 통진당 해산과 대통령 탄핵, 간통죄 폐지를 든다. 이 헌재 결정의 중심에 있던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있다.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낸 6년 동안 그가 처리한 헌법재판은 총 1만 649건에 이른다.
‘헌법의 자리’(김영사)는 박 전 소장이 다룬 굵직한 판례를 중심으로 헌법의 정신과 의미를 짚어본 헌법 수업이다. 헌법의 역사적 배경부터 주요한 헌법 재판 사례, 사회통합을 위한 비전까지 헌법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아냈다.
책은 1999년 제대군인 가산점 사건을 비롯, 수도 이전 사건, 호주제 사건, 친일재산 환수사건,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등을 통해 우리 사회 정의와 평등, 양심 등의 문제를 균형적으로 살폈다.
저자는 헌법은 국민 생활의 안정과 기본권 보호라는 현실적인 목적을 지닌 생활 규범이며, 헌법재판의 역할은 “국가와 사회의 지속성과 공동체의 발전에 필요한 창의성, 의견과 가치의 다양성이 어우러져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희망을 주”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정치의 기능과도 겹친다. 사회 갈등을 적절히 조정하고 해결함으로써 공동체의 공존과 번영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현실은 정쟁을 일삼으며 갈등을 일으키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정치과정을 통해 해소해야 할 갈등을 모두 사법 영역으로 떠넘기는 정치의 과도한 사법화 현상을 낳고 있다.
이는 사법을 특정 세력의 정치적 입장이나 정치행위로 전락시키는 사법의 정치화로 나타난다는 게 저자의 우려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입법자의 고유권한을 인정하되 적극적으로 갈등을 해결,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책무가 있다.
박 전 소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과 관련해선, “탄핵으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경험을 통해 어떠한 권력도 헌법 위에 존재할 수 없음이 확인됐다. 그 결과 집권 세력의 권력남용을 심리적으로 견제하는 예방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돌아봤다.
분열과 갈등의 시대, 헌법재판의 역할로 사회통합이란 개념을 제시한 점이 새롭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헌법의 자리/박한철 지음/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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