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배움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치유와 복지가 선결돼야 할 문제였지요. 그래서 치유와 복지, 그리고 배움이 이어지는 세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겐 또 다른 직업이 있다.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의 교장 선생님이다. 빈곤한 가정 출신으로 청소년기의 어려움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공중보건의 첫 부임지로 김천 소년 교도소를 택했다. 그곳에서 빈곤과 장애 청소년들의 현실을 알게 됐다. 이들의 배경에는 빈곤과 상처가 있고, 재기하거나 회복하지 못하는 데는 배움의 중단이란 장애물이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의를 취득하고 2001년 사는기쁨 신경정신과를 개업해 활동하던 때, 학교를 중단하고 방황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소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치유와 복지임을 알아챘다.
치유와 복지, 교육, 그리고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는 청소년 대안학교를 만들자는 생각은 그렇게 싹트고 결실을 맺었다.
성장학교 별은 청소년 30명, 청년 40명, 교사 15명 정도의 작은 학교다.
경계성 발달장애, ADHD, 자폐 등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 완전통합학교다. 학사일정과 학생들간의 내부 규율, 프로젝트 수업 주제는 학급회의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교과과정은 3분의1 법칙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관심이 똑같이 반영돼 전체교과가 학기마다 새롭게 편성된다. 공통 수업 외에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개별교과가 진행되기도 한다.
교육은 분노나 편견, 갈등, 부정적 자아를 사회봉사나 대인관계, 작업 활동 등을 통해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가며 내면의 성장을 이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장학교 별은 코로나 기간에도 작은 학교의 특성상 기동력 있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게릴라 모임, 지역별 모임 등을 통해 취약한 아이들이 외롭지 않게 연결의 끈을 더 자주 촘촘하게 이어갔다.
“뭐든 안된다는 코로나 시대에 다른 학교가 하지 않고 지나가는 걸 했다는 점이 성장학교 별의 장점이죠. 재난과 관련된 주제 등 소규모의 다양한 방식으로 학사 일정의 공백이 없었어요.”
이 시기를 거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진 학생들이 많았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장 등 여러 개 직함을 갖고 있는 김 교수는 하루를 4등분해 서너 개 일정을 소화해왔다. 최근엔 체력이 달려 3개 안쪽으로 일정을 잡는다. 이들 각각의 일정은 다르지만 일의 내용은 하나다. 더 외롭고 불안하고 아픈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회복시키는 일이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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