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태학의 ‘석학’ 최재천 렛츠 디엠지 공동조직위원장 인터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과 DMZ의 보존

귀국 후 사회적으로 하고 싶었던 2가지

DMZ는 하나의 큰 국립공원이 되어야

가치가 있는 동식물을 보존할 수 있어

한반도 유일의 동서생태축 DMZ에서

올가을 평화의 하모니가 울려 퍼질 것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난 최재천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인간과 생태계를 다룬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과 렛츠 디엠지 행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최근 절 알아보는 분이 부쩍 늘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최 교수는 “쪼개서 하는 보존이 아닌 DMZ 전체를 보존해야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공급원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임세준 기자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만난 최재천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인간과 생태계를 다룬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과 렛츠 디엠지 행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최근 절 알아보는 분이 부쩍 늘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최 교수는 “쪼개서 하는 보존이 아닌 DMZ 전체를 보존해야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공급원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임세준 기자

한반도 유일의 동서생태축인 DMZ(디엠지·비무장지대) 일원에 평화의 하모니가 울려 퍼진다. DMZ의 특별한 생태와 평화·역사·문화예술적 가치의 발굴을 위한 행사들이 이달부터 10월까지 열린다. 올해 4년째를 맞는 ‘2022 렛츠 디엠지(Let’s DMZ, 경기도 주최)’는 평화를 향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포럼·콘서트·전시와 마라톤, 자전거 등 스포츠 행사들로 시민들을 만난다.

헤럴드경제는 22일 한국 생태학계의 석학이자 생물다양성재단 대표인 최재천 렛츠 디엠지 공동조직위원장(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을 만나 DMZ에 대한 그의 철학과 한반도에 갖는 의미를 물었다. 인간과 생태계를 평생 연구해 온 그는 최근 유튜버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으로 청년 세대와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다음은 최 위원장과 일문일답.

- ‘최재천의 아마존’ 구독자가 어느덧 40만명을 넘었다. 요즘 근황은.

▶민망하지만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 같다. 렛츠 디엠지 관련 요청도 계속 오고, 유튜브를 하다 보니 알아보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 얼마 전 은사님과 (서울) 강남에서 식사를 하고 300m 정도 되는 길을 걸어야 했는데, 3번이나 가던 길을 멈춰야 했다. 은사님이 ‘재천아, 왜 자꾸 사람들이 너를 붙잡냐’고 하시더라. ‘장난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 재밌는 경험이었다.

-덕분에 이번 렛츠 디엠지 행사도 더 홍보가 될 것 같다. 어떻게 위원장을 맡게 됐나.

▶(또 다른 렛츠 디엠지 공동 조직위원장인) 김동연 경기지사의 부탁을 뿌리치기가 어려웠다(웃음). 1990년대 미국 유학 후 귀국하면서 사회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을 만드는 것. 또 하나는 DMZ의 보존을 위해 기여하는 일이다. DMZ는 포기할 수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일이 돼도, 통일이 되지 않아도 우리가 지켜야 하는 참 소중한 곳이다. ’그 생태계가 잘못되는 것은 제가 살아 있는 한 절대 보지 못하겠다‘ 하는 그런 마음이 있다.

-2022 렛츠 디엠지의 핵심 메시지가 ‘더 큰 평화의 시작’이다. 어떤 의미인가.

▶평화가 남북한이 사실 꺼리는 단어라는 얘기가 있다. 오히려 평화를 앞세우면 우리는 더 나아가지 못한다. 몇 년 전 독일의 캐롤라인 뫼링이라는 언론인과 인터뷰를 하며 인상적인 얘기를 들었다. 베를린 장벽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졌지만, 그 뒤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소통이 있었다는 것. ‘어느 날 꿈같이 통일이 성큼 다가서더라’는 표현을 쓰더라. 우리도 언젠가 통일할 건데 하자’가 아니라, 평화를 둘러싼 여러 활동과 행동을 함께 하는 것,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 더 큰 평화라고 생각한다.

-DMZ가 어떤 의미가 있길래.

▶DMZ는 전체를 보존하는 게 아니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생태학에는 SLOSS(Single Large Or Several Small)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얘기하면 하나의 큰 국립공원이냐 아니면 작은 공원 여러 개를 만들 거냐 라는 건데, 저는 큰 한 덩어리로서 생태계를 보존하자는 입장이다. 그래야만 보존 가치가 있는 동식물을 보존할 수가 있다. 작게 쪼개서 하는 보존은 의미가 없다.

예전에 외신에서 “DMZ에 호랑이가 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와 화제가 됐다. 보존생물학에서는 최소생존가능개체군(MVP)라는 개념이 있는데, 사실 호랑이 한 마리는 의미가 없다. 문제는 자체적으로 이 종이 번식하고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가다. 폭 4㎞, 동서 길이 248㎞인 DMZ에 호랑이가 수십 마리 정도 산다면 그때 비로소 다른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단, 우리가 먹이는 게 아니라 호랑이가 잡아먹을 수 있는 동물이 충분히 살 수 있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거의 어렵다고 본다.

-호랑이가 한반도에 사는 게 가능은 할까.

▶통일이 되고 북한의 산이 녹화된다면, 태백산맥과 묘향산~백두산까지 연결될 수 있고 그럼 만주로부터 호랑이들이 올 수도 있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호랑이를 가져다가 DMZ에 둔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얘기를 논의라도 해보려면 DMZ가 통째로 보존돼야 하는 거다.

-남북 생태계에서 DMZ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한반도의 거대한 양묘장이 될 수 있다. 북한에 나무를 심으러 가 보면, 가끔 와 심고 가지 말고 양묘장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한다. 한국이 전쟁 후 민둥산에서 산림 녹화에 성공한 나라로 세계엔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남한의 숲은 건강한 숲이 아니다.

종 다양성이 낮아서다. 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종들을 되는 대로 심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해외에서 들어올 때 해충도 함께 들어왔다. 우리 자손들에게 해외에서 유입된 해충 문제는 안고 가야 할 또 다른 문제가 되는 거다. DMZ에서 길러진 우리의 동식물을 북한에 심는다면, 북한의 숲은 남한보다 더 훌륭한 숲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한반도의 동식물이 사는 한반도의 숲이 되는 셈이다. 끊어진 남북 생태계를 하나로 잇는 역할도 한다. 우리가 가서 나무도 심고 공연도 하고 나누고 친해지면 어느덧 평화가 우리 앞에 와 있지 않겠나.

-DMZ를 어떤 방식으로 보존해야 하나.

▶지금도 DMZ 쪽에 연결된 도로들이 있는데 동물 입장에서는 길이 뚫리면 갇히게 되는 셈이다. 접경지대 주민들에겐 통일 이후 길이 없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일 거고, 고가도로를 만들면 된다.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DMZ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우, 태풍 등으로 기후위기를 체감한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국의 생태 상황은 어떻나.

▶한국 생태계의 종 다양성이 너무 낮아졌다. 몇 달 전 서울에 있었던 사랑벌레 출몰도 우리 생태계가 안정적이지 못하는 걸 보여준 사례다. 징조가 안 좋다. 해수면 상승 문제 때 일본이 많이 언급되지만 일본보다 우리가 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은 섬이지만 우리보다 면적이 더 크고 한국은 산악 지대가 70%이다 보니 대부분 시설과 도시가 해안 중심이다. 고지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천, 부산 등이 잠긴다 생각해 보라.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그런데 또 그런 도시를 고지대에 갖추려면 산림을 훼손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한 관심을 최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최근 1~2년 사이 저를 찾아오는 기업들이 확실히 늘었다. 진지했고, 그 태도가 제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환경을 파괴해 제품을 만들었다면, 이제 세상은 ‘환경에 기업이 얼마나 기여했느냐’를 묻는다. 달라져야만 생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기업이 반도체 등 기술 연구에 몰렸던 지원을 최근 기초환경 연구에도 조금씩 하고 있다. 그런 시도도 환경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자이자 생물학자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와 해결책은.

▶ ‘갈등’을 꼽고 싶다. 비숫한 수준의 외국에 비해 너무 많다. 너무 빨리 성장이 이뤄지다 보니 차근차근 다져진 게 아니라 빈 구멍이 많게 굳어진 것 같다. 세대, 계급, 빈부, 지역, 성별 등 저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갈등이 한꺼번에 쏟아져 있는 나라라는 표현을 쓴다. 죽어라 일하는 데 옆으로 다 샌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그런 비용이 줄어야 한다. 그래서 소통이 더 필요하다. 한국이 소통이 안 돼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이 조 단위라고 하지 않나.

- 어떻게 배우며 살지에 대해 쓴 올해 5월 나온 ‘최재천의 공부’도 큰 사랑을 받았다. 또 준비 중인 책이 있나.

▶ ‘최재천의 공부’의 후속으로 토론에 대한 책을 준비 중이다. 깊이 생각하며 서로 얘기하자는 ‘숙론’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한국은 서로 얘기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걸 학교에서 배우기 어렵다. 고성과 말싸움을 보여주는 국회만 봐도 0점이다. 어떻게 마주 앉아 얘기할지 배우는 것. 그런 소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2022 렛츠 디엠지(Let‘s DMZ)는

비무장지대(DMZ)의 생태·평화·역사·예술적 가치 확산을 위해 집단지성이 결집해 진행하는 프로그램(로고). 올해 4년 차를 맞이한 이 행사는 지구촌 최고 가치를 지닌 생태보고인 DMZ의 의미를 세계에 알리고 평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열리는 종합문화예술 및 학술 행사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최근 조직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한 준비에 힘써왔다. 2022 렛츠 디엠지 조직위원회는 총 15명의 조직위원으로 구성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으로는 윤덕룡(한국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김정태(MYSC 대표이사), 이원재(LAB2050 상임이사), 임미정(한세대 교수), 정혜진(지구와사람 지구법센터장), 한수정(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조직위가 표방한 2022 렛츠 디엠지의 핵심 메시지는 ’더 큰 평화를 위한 시작이다. 평화의 의미를 군사·안보에 국한하지 않고 생태와 환경, 탄소중립,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으로 확장했다.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평화의 의미를 폭넓고 다양하게 만들어가자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최재천 공동위원장은 “최근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과 기후재난을 볼때 평화라는 것이 단순히 군사적 분쟁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전쟁으로 파괴되었던 DMZ가 70년간의 자기 치유, 세계적인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재탄생하는 기적 같은 현실을 통해 더 큰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행사기간 포럼 및 콘서트, 전시, 스포츠 등 DMZ를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