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병창 이수자 전해옥 명창

하와이에 울려 퍼진 ‘액맥이 타령’

전해옥 명창이 가야금을 메고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으로 버스킹을 떠났다. [힐링영 제공]
전해옥 명창이 가야금을 메고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으로 버스킹을 떠났다. [힐링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야자수 나무 아래였다. 커다란 스카프를 돗자리 삼아 깔고 앉아, 가야금을 뜯었다. 분홍 빛깔의 고운 한복을 입은 전해옥 명창의 손 끝에서 흐르는 낯선 선율에 사람들의 발길이 모였다.

“코로나19와 같은 나쁜 액운을 쫓고 모두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액맥이 타령’을 연주했어요. 와이키키 해변에 모여든 서양인들은 이 곡의 의미도 모를 텐데도 진지하게 집중한다는 걸 느꼈어요.”

무형문화재 제 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이자 김해전국가야금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전해옥 명창이 지난 달 미국 하와이로 버스킹을 다녀왔다.

전 명창은 “3년 전 대통령상을 받은 뒤 조금 더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일조하고, 가야금 병창을 알리고 싶었다”며 “월드 버스킹의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하늘문이 닫혀 마음속으로만 바라오다 마침내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고 말했다.

전해옥 명창 [전태영 사진작가 제공]
전해옥 명창 [전태영 사진작가 제공]

전통악기 연주자가 홀로 ‘월드 버스킹’을 떠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전 명창이 처음 버스킹을 시작한 것은 2020년 5월 서울에서였다. 그는 “코로나19가 닥치며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 예술가로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다”며 “이럴 때일수록 음악으로 희망을 주고, 살아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심장인 광화문에서 ‘액맥이 타령’을 연주하며 첫 버스킹을 시작, 동서남북 네 방위에 해당하는 지역들(한양도성, 한강망원지구, 북촌 한옥마을, 남대문)에서 연주를 이어갔다.

전 명창은 “우리 선조들이 고단하고 지친 삶에서도 음악으로 한을 달래고 신명으로 흥을 풀어내며 역경을 이겨낸 것처럼 이들의 지혜가 묻어나는 음악으로 전 세계인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고자 했던 것이 2년여 만에 성사됐다”며 벅찬 심경을 전했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선 ‘액맥이 타령’을 비롯해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상주 아리랑’을 비롯한 대표 민요는 물론 비틀스 ‘렛 잇 비’ 등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문 곡을 가야금으로 연주했다. 당시 공연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고, 편집 과정을 거쳐 추후 공개 예정이다.

전해옥 명창 [전태영 사진작가 제공]
전해옥 명창 [전태영 사진작가 제공]

현지에서도 기대 이상의 반응이 쏟아졌다. 전 명창과 함께 한 콘텐츠 제작사 이영랑 힐링영 대표는 “국악, 그것도 가야금 병창이라는 장르를 버스킹 연주로 접한 외국인들이 굉장히 신기해했다.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사진도 찍고 촬영도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여 함께하는 내내 뿌듯했다”고 말했다.

첫 해외 버스킹을 위해 전 명창은 클라우드 펀딩도 진행했다. 3주간 진행된 펀딩을 통해 조성된 후원금은 월드 버스킹 제작비로 쓰고, 일부 수익은 결식아동을 돕는 ‘선한 영향력 가게’에 기부할 계획이다.

전 명창은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의 K-드라마와 K-무비,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때에 생소하지만 이색적인 가야금 병창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교감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이번 하와이 버스킹은 월드 버스킹의 시작점이다.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지속 진행되길 희망하며 자랑스런 우리 국악이 바람따라 널리 울려퍼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