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도연맹 가입’ 이유 집단살해
경산 12명·함평 33명 민간인 희생
“법적근거도 없어…국가, 사과해야”
‘함평 적대세력 의한 희생사건’도 진실규명 결정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진화위)는 한국전쟁 발발 전후 경북 경산·전남 함평 지역에서 발생한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경북 경산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은 경산 지역 민간인 12명이 좌익에 협조했거나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1950년 7~8월께 경산 평산동 코발트광산에서 집단 희생된 사건이다.
희생자들은 농업에 종사하는 20~40대 남성으로,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군과 경찰에 의해 예비검속돼 경북 경산경찰서 유치장, 담배창고, 수리조합창고 등에 구금됐다가 살해됐다.
유족들은 좌익혐의자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연좌제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각종 불이익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에 의해 상당기간 감시를 당했다는 사실이 국가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함평에서도 1950년 7월께 민간인 33명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예비검속돼 경찰에 의해 집단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신광면, 손불면, 월야면, 학교면 등 함평군 전역에서 농업에 종사하던 20~30대 남성들로, 모두 비무장 민간인이었다.
진화위는 두 사건에 대해 “경찰이 비무장·무저항 민간인들을 예비검속해 법적 근거와 절차도 없이 살해한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적법절차 원칙,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령사업 지원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경산 지역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가족관계등록부를 비롯한 공식기록 정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진화위는 ‘전남 함평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1950년 2월~1951년 6월 함평에서 민간인 20명이 지방 좌익과 빨치산에 의해 희생된 사건으로, 희생자들은 마을 이장을 비롯해 공무원 또는 그 가족이거나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이유로 살해됐다.
30~50대(55%)와 남성이 주로 희생됐으나, 노인과 여성 희생자도 적지 않았다. 직업별로는 45%가 농업에 종사했고, 35%는 이장, 면사무소 직원, 역무원 등이었으며, 20%는 15세 이하 아동이었다.
진화위는 “비록 전쟁 중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국민이 희생되고 유족에게 피해를 줬다”며 공식 사과, 위령사업 지원, 역사기록 오류 수정,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정근식 진화위원장은 “경산과 함평 지역에서 발생한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함평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은 한반도 곳곳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다”며 “이번 진실규명을 계기로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구체적 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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