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른 의견을 삼갈 수밖에.”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에게서 들은 말이다.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발의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당론과 다른 입장을 드러내기 어려운 분위기를 내비친 것이다. 신임 당 대표가 보좌진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이 외부의 적과 전쟁을 준비하는 데 감히 다른 말을 할 수 있겠냐는 무력감도 배어나온다. 중진 의원은 “민주당 의원이 얼마나 많은데 다 같은 생각이겠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당심을 끌어모아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작다. 우선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상정부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법안 상정을 거부할 수 있다. 전례도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여야 입장차가 첨예했던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상정을 거부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 지정)이 대안으로 언급된다. 현행법상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은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법사위 재적위원이 18명이기 때문에 최소 1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의 법사위원은 10명으로 1명이 모자란다. 그래서 민주당을 제외하고 유일한 야당인 시대전환 소속 조정훈 법사위원이 캐스팅보트로 거론된다. 하지만 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김건희 특검 패스트트랙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 수단은 국회의장 직권 상정이다. 다만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이 김건희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시켜 처리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는 대통령이 15일 안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는 다시 표결을 거쳐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300명 의원 전원이 출석한다면 민주당 전체 의원보다 31명 많은 200명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의 국회 처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민심’을 공식적인 답변으로 내놓았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3일 “상정 안 하려는 여당의 회피하려하는 모습”이라며 “국민의힘도 민심을 확인했기에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야 간 토론을 통해 협의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여론전을 펼쳐 법안 통과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치권에서 특검은 ‘꽃놀이패’로 통한다. 보통 300일이 넘는 특검기간에 국민의 시선을 잡아 둘 수 있다. 국민적 공분을 바탕으로 한 특검법엔 여론의 지지가 높았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안의 경우 과연 국민적 공분에 기반한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법안을 발의해놓고 지지를 호소하는 형국에 가깝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의 정당성보다는 특검 자체의 화제성 또는 당파성에 기대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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