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침수 피해에도 제철소 복구 지원
포항제철소 후공정 복구없인 일거리 없어
제품 생산 중단 장기화 땐 ‘줄도산’ 우려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태풍 ‘힌남노’로 인해 침수 피해를 입은 것은 포스코 포항제철소만이 아니다. 포항제철소를 드나들며 생산과 관련된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사들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당장 제철소 복구에 전념하느라 그 피해 규모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제철소의 제품 생산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협력사의 경영 위기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6일 경북 포항지역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의 협력사 45개사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제철소 관계자는 “협력사 중 사업장이나 차량, 자재 등이 침수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구체적인 협력사별 피해 현황이나 복구 여부에 대해 집계된 통계가 없다”고 전했다.
포항제철소 협력사들은 ▷조업지원 ▷운송작업 ▷기계수리 ▷전기수리 ▷부품·자재 공급 등 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부수적인 업무를 도맡고 있다. 협력사의 노력 없이는 제철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맡은 역할이 다양하다.
협력사 임직원들은 각각의 사업장보다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를 복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피해 현황을 집계하고 지원을 모색해야 할 포항제철소 협력사 협회 역시 포항제철소의 배수 작업을 먼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추석 연휴 기간 포항제철소 임직원은 물론 그룹사 임직원, 협력사, 관계기관 등 하루 평균 8000여 명이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막대한 침수 피해를 입은 이들이 포항제철소 지원에 나선 것은 열연, 스테인리스스틸(STS), 선재 등 제품 생산 중단으로 겪게 될 후폭풍이 더 크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는 지난 10일 3고로, 12일 2·4고로를 순차적으로 재가동하고, 제강공장과 연주공장의 설비를 일부 가동해 슬라브 등 반제품 생산을 재개했다. 하지만 현재 생산되는 반제품은 모두 광양제철소로 옮겨져 후공정을 진행한다. 따라서 포항제철소의 후공정과 연계된 협력사들은 여전히 일거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부품 수급과 설비 재정비를 고려하면 포항제철소에서 제품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수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냉천 범람 피해를 크게 입은 압연라인 지하시설물의 배수는 여전히 80%가량 진행됐고, 이 작업이 완료돼야 정확한 피해 규모 추산과 재가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이 기간 매출이 중단되면 영세 업체를 중심으로 협력사의 경영난이 불가피하다. 이들 업체가 연쇄 도산에 빠질 경우 제철소 생산 라인이 복구되더라도 장기간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북도나 포스코 측에서 이들 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을 발표하지 않은 것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지난 7일 포항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특례보증 등이 이뤄지더라도 광범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철소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제철소를 복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협력사 지원 계획은 아직 수립하지 못했지만, 서둘러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