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평양·서의철·박정수 인터뷰

유 “작창에 늘 목마름 느껴 지원”

박 “음악적 스펙트럼 확장 기대”

서 “새로운 직업 태동하는 순간”

국립창극단 작창가 프로젝트의 차세대 작창가 서의철 박정수 장서윤 유태평양(왼쪽부터) [국립창극단 제공]
국립창극단 작창가 프로젝트의 차세대 작창가 서의철 박정수 장서윤 유태평양(왼쪽부터) [국립창극단 제공]

“어제도 새벽 세 시까지 고민하다 잠을 못잤어요. 오늘은 그래도 ‘통과’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하면 할수록 어렵더라고요. 직업으로서의 무게가 크게 와닿았어요.” (서의철)

국립창극단의 ‘작창가 프로젝트’ 6개월차. 신진 작창가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막중하다. 당장 오는 12월 ‘작창가 프로젝트 쇼케이스’를 앞두고 본격적인 ‘작창’ 과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 선발된 서의철은 “판소리 복원 작업도 하고, 부업으로는 방송작가와 노래 작사도 했는데, 작창은 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라고 고백하며 웃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박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200% 공감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엔 음악 작업을 신나게 하다 시간이 흘러 잠을 안 잤는데, 이제는 왜 이것밖에 못 했나 싶어 잠을 못 자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국립창극단은 지난 2월 참가자 모집을 시작으로 ‘작창가 프로젝트’의 출범을 알렸다. 동시대 창극으로 호흡할 수 있도록 신진 작창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프로젝트다. 국립창극단이 구축한 창극 실험의 모든 것을 익힐 수 있는 ‘창작 실험실’에 합류한 주인공은 박정수(23), 서의철(27), 유태평양(30), 장서윤(31)이다.지원 계기는 저마다 다르다. 창극단의 간판스타인 유태평양은 “창극을 하면서 작창의 중요성을 늘 생각해왔고, 창극 작창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박정수는 “지난해부터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단편적인 곡만 쓰다가 극작업을 할 때 음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해보고 싶었다”며 “국립창극단 작품들이 음악의 눈을 넓혀주는 촉매제가 됐고, 음악적 스펙트럼이 확장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어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서의철은 “있던 직업도 사라지는 시대에 작창가는 새로운 직업이 태동하는 순간이라 더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6개월째 이어지는 수업은 네 명의 예비 작창가들에겐 피와 살이 되는 시간이다. 각기 다른 네 명의 멘토(연출가 고선웅, 작가 배삼식, 작창가 한승석 이자람)를 통해 작창의 요령과 노하우를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차세대 작창가들의 고충도 적지 않다. 숱한 고민의 날들이 쌓이고 있다. 박정수는 처음 창극 작창을 시도, “음악감독과 작창가의 경계, 작가와 작창가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도 거쳤다. 작창은 대본을 잘 표현할 새로운 소리를 짜는 음악 작업이면서, 주제의식을 담고 우리말의 묘미를 살리는 문학 작업이기 때문이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예비 작창가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 ‘좋은 작창’을 하고 싶다는 갈증 역시 긍정적 신호다. ‘국악신동’으로 이름을 알리며 이미 20여년 판소리를 해온 유태평양은 “인생의 3분의 2를 판소리를 했는데 작창을 하면서 판소리에 대한 공부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어떤 대목을 짤 때 어떤 장단으로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와 소스가 바로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판소리 공부의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박정수 역시 “판소리에 대한 심도있는 공부와 인문학적 사유의 깊이와 넓이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긴 여정은 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유태평양은 “이번 일을 통해 한 발짝 더 성장해 창극 배우로도 창작 스태프의 한 사람으로도 활동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박정수도 “부족한 점을 하나씩 채워나가며 작창가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일을 열심히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